류경선 교수(전북대학교 동물자원학과)

소비자들의 삶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안전한 먹거리, 품질 높은 먹거리에 대한 욕구는 거세지기 마련이다. 비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서라도 높은 품질의 먹거리를 선택하는 것은 앞으로 소비시장의 주류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먹거리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토종닭에 대한 관심도가 뜨겁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토종닭은 동물복지규정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품종으로 인식해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토종닭의 높은 관심도 이면에는 아직도 ‘토종닭’이냐, ‘재래닭’이냐 제도적 확립이 마련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과연 국내에서 오래전부터 길러진 여러 종류의 재래닭이 토종닭에 포함 될 수 있을까? 실제 토종닭임에도 불구하고 토종닭이라 불리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재래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닭의 종류도 꽤나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때 토종닭은 심각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토종닭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위기에 내몰렸던 토종닭은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어릴 적 맛보았던 담백한 토종닭 맛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힘찬 날개짓을 펴고 있다. 지금은 정부와 민간의 토종닭 복원, 재래닭 산업화 의지에 힘입어 옛 맛을 즐길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사실 토종닭은 지난 과거부터 현재까지 논란이 반복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토종(土種)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우리 땅에서 예전부터 길러오던 고유한 종자’다. 그런데 여기서 ‘예전부터’라는 시간적 속성의 막연함이 문제가 된다.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것인지,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것인지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동식물이 단군시대부터 줄곧 있어왔던 것은 아니다. 동식물은 지역 간 이동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땅에 새로 유입되는 동식물 종자도 수 없이 많다. 우리는 이를 외래종(外來種)이라 한다. 그러나 이 외래종이 끝까지 외래종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우리 땅에 적응해 살거나 잘 길러지면 토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때문에 외래종이 토종이 되는 기준을 정해야 외래종과 토종을 구별할 수가 있다. ‘토종화’의 기준은 동식물 생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즉 ‘토종’이라는 용어의 문제는 그 분야 전문가가 학문과 사회적 통념에 준해 합당하게 설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동식물 종자를 자원 삼아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길러지고 있는 오골계도 정립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오골계란 단어는 본래 실키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지난 1935년 일제 강점기 동아일보에 실키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일본의 천연기념물에 속하는 실키를 뼈가 검은 닭이라는 뜻의 오골계라고 번역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검은닭은 모두 오골계로 통칭하여 부르고 있다. 연산오계도, 실키(요즘은 백봉오골계라고도 함)도 그 외에 다른 교잡종 오골계도 그냥 오골계라 명칭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토종닭이라면 ‘한협3호’나 ‘우리맛닭’과 같이 계통이 확립된 연후에 품종 등록을 하고 토종닭에 포함 시켜야 하지 않을까? 토종닭의 기준에 대한 계통확립->품종등록->토종닭 포함 여부 결정이 합리적인 순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늦었지만 그나마 최근 한국토종닭협회가 오골계 관리방안을 마련해 오골계도 협회에 편입시켜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 반가운 일이다.


토종닭도 마찬가지다. 닭의 조상은 약 5천 년 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지역의 들닭(野鷄)이 가축화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이 지중해와 유럽, 아시아 및 극동지방의 두 경로로 전파돼 각지에서 우수한 품종을 성립하게 된다. 미국, 영국 등 닭 종자 글로벌 기업은 우수한 닭 종자를 육성해 세계 각국에 판매하고 있다. 수입국은 이것을 이용해 새로운 종자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매년 똑같은 종자를 계속 수입해야만 한다.

 

우리나라도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닭 종자를 수입하고 있다. 다행이 일부 독농가나 국가연구기관에서 수십 년 각고의 노력으로 사라져가는 토종닭 종자를 수집하고 보존·개량함으로써 종자 확보에 힘쓰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토종닭에 대한 정의를 확립해 토종닭의 산업화를 이끌어 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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