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과수해충, 이젠 향기로 해결
골치 아픈 과수해충, 이젠 향기로 해결
  • 위계욱 기자
  • 승인 2019.06.14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고품질의 과실을 생산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해충’이다. 우리나라에서 과수에 발생하는 해충은 수백 종에 이르며 특히 심식나방류, 잎말이나방류는 과실을 직접 가해하기 때문에 이들을 방제하기 위한 살충제 살포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농업 현장에서는 과수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살충제를 연 15회 이상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해충의 적기(골든타임) 방제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부족해 농약의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따라서 살충제 중심의 관행적 방제체계를 개선함과 더불어 친환경적으로 해충을 방제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 과수해충 성페로몬 개발, 친환경 방제 기반 마련


더욱이 소비자들은 더 좋은 품질의 과수를 요구하면서도 일체의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는 욕구가 강해 농업인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이상기온 등으로 다양한 해충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품질 높은 과수를 생산하는 것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런 현실을 감안해 새로운 방제법을 고민하고 연구에 뛰어들었다. 바로 ‘성페로몬’이다. 성페로몬(sex pheromone)은 암컷 곤충(해충)이 교미할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몸 밖으로 방출하는 화학적 신호이다. 이런 성페로몬은 해충의 적기 방제를 위해 예찰수단으로 사용해 불필요한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교미교란 방법을 통해 살충제를 대신할 직접적인 방제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해충의 성페로몬은 종마다 다른 화학 성분과 조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방제할 대상 해충의 성페로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수해충인 복숭아순나방의 경우에는 1970년대에 미국에서 성페로몬 물질이 개발돼 있어 이를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지만 사과유리나방이나 열매꼭지나방 등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성페로몬에 대한 정보가 없어 현장 활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 성페로몬 연구, 현장 적용 활발

 

국내 연구진은 성페로몬 연구에 전력을 다해 사과유리나방, 열매꼭지나방, 애무늬고리장님노린재, 복숭아씨살이좀벌을 비롯한 7가지 해충의 성페로몬을 세계최초로 동정해 방제에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성페로몬을 방제에 활용코자 과수 해충 10종의 성페로몬 트랩을 과수원에 설치해 각 해충의 성충 발생 시기를 토대로 약제 방제 골든타임을 결정했다. 예를 들면 복숭아순나방의 방제 골든타임은 5월 하순, 6월 중순, 7월 하순, 8월 하순이며 복숭아유리나방은 6월 상순과 9월 상순이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구명된 골든타임에 약제를 살포하면 해충에 의한 피해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어 농약의 오남용을 줄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과수의 주적인 복숭아순나방을 친환경적으로 방제키 위해 ‘교미교란’ 방제기술을 현장실증하고 기술보급 사업을 실시했다. 교미교란이란 성페로몬을 튜브나 파우치 속에 넣어 과수원에 걸어 두면 암컷과 수컷의 교미행동이 방해돼 별도로 살충제를 살포하지 않아도 다음 세대의 해충 밀도가 점차 감소해 자동으로 방제되는 기술로서, 현재 국내 사과, 배, 복숭아, 자두 과수원의 3.8%(2,600ha)에서 활용되고 있다.

 

■ 과학기술적 파급효과 원천기술 확보


곤충 성페로몬을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종이 이용하는 물질의 종류나 조성을 밝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곤충의 성페로몬은 몸 밖으로 방출돼 다른 개체가 있는 장소까지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휘발성이 있는 유기화합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성페로몬 물질의 분자량은 300이하이며 지방산에서 유래되는 알코올, 알데히드, 에스터들이다. 곤충이 생산해 방출하는 성페로몬의 양은 극히 미미(pg~ng 수준)하기 때문에 성페로몬의 화학구조를 밝히기 위해서는 많은 시험 곤충과 고성능 분석 장비가 필요하다.


우선 암컷 성충의 배 속에 존재하는 성페로몬 샘(gland) 속의 다양한 물질 중에서 수컷 성충의 더듬이에 전기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을 선별하는 기체크로마토그래피-촉각반응측정장치(GC-EAD) 실험이 필요하다.


선별된 물질의 화학구조는 질량분석기(GC-MS)를 통해 밝힐 수 있는데 각 물질의 질량 스펙트럼 자료를 해석해 그 물질의 작용기, 분자량, 이중결합 위치, 기하이성질체를 결정하게 된다. 물질의 화학구조가 결정되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후 야외 유인시험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 성충 유인 골든타임에 방제해야


곤충의 성페로몬을 해충방제에 이용하는 방법은 2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성페로몬 트랩을 과수원에서 설치해 두고 성충이 가장 많이 유인되는 시기를 방제 약제 살포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간주해 방제에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충은 해마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해충별 방제 골든타임이 정해져 있는데 예를 들면 포도유리나방은 연간 1회의 골든타임을 가지지만 복숭아굴나방은 연 6회를 가진다. 따라서 각 해충의 성페로몬 트랩으로 조사된 성충 발생 시기를 기준으로 알이 부화하는 시기에 약제를 살포하면 최소의 약제 살포로 최대의 방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성페로몬 물질을 담은 튜브나 파우치, 즉 교미교란제를 나무 가지에 걸어 둠으로써 방제에 활용하는 것이다. 교미교란제 속에서 방출되는 성페로몬은 그 양이 자연 속에서 암컷 성충이 방출하는 양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수컷 성충이 암컷을 찾아가는 길을 잃어 정상적인 교미가 불가능해 후손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페로몬을 이용한 해충 방제 기술은 대상 해충의 성페로몬 물질만 찾으면 과수 이외의 다른 작물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 농가소득 증대, 친환경 방제 활성화 기대


과수 해충의 성페로몬은 트랩의 루어와 교미교란제로 상품화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국내 해충 개체군에 대한 성페로몬 물질 개발은 한국 맞춤형 친환경 방제자재 생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청년 창업 활성화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실제로 자체 개발한 해충 7종의 성페로몬 제품을 해당 과수 면적의 1%에만 적용해도 연간 약 8억 원의 경제적 창출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과수 농가에서 해충 10종에 대한 방제 골든타임 정보를 활용하면 과종별로 최소 2회, 최대 6회의 살충제 살포를 절감할 수 있는데 해당 과수 면적의 1%에만 적용해도 연간 54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과수원 주적인 복숭아순나방의 교미교란 방제 기술을 1% 면적에 적용할 경우 경제적 효과는 연간 4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페로몬을 이용한 친환경 방제기술을 적용하면 과수원에 살포하는 농약 사용량을 30~5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은 농업인들에게 노동력과 비용 절감을 통한 소득 증대를 유도할 수 있으며 농약 오염을 줄여 활기찬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농약 오염이 없는 과실을 안심하고 소비하게 하여 보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게 할 것이다.

 

 

미니 인터뷰 =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양창열 박사

성페로몬 방제로 농가·소비자 만족, ‘보람’

 

 

“곤충 성페로몬을 동정하는 것은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곤충이 생산하는 성페로몬 양이 극히 적어 충분한 시험 곤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도 수반돼야 합니다.”


국립원예특작원 양창열 박사는 성페로몬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성페로몬 연구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연구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거듭 밝혔다.


양 박사는 “일례로 복숭아씨살이좀벌은 pg 단위의 성페로몬을 생산하기 때문에 1번 분석할 시료를 얻기 위해서는 1,000마리의 암컷이 필요한데 이것은 최소 6,000개의 피해 받은 씨앗을 채집해 1개월 동안 사육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양 박사는 또 “곤충은 성페로몬의 화학구조에 따라 야외에서 반응이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연구 분야”이라며 “비록 어렵고 힘든 과정이지만 오랜 시간 끝에 자연의 감춰진 진실을 발견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일 일”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양 박사는 “개발한 성페로몬 유인제를 이용해 방제한다면 살충제 등 화학농약을 살포하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양 박사는 곤충 성페로몬 성분동정 연구 성과로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미국인명정보기관(ABI,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 2011년판에 등재됐다.

농업인신문, NONGUPI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성로92 농민회관
  • 대표전화 : 031-291-0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중진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0-경기수원-0631호
  • 사업자명 : 주식회사 농업인신문
  • 사업자번호 : 135-82-00831
  • 제호 : 농업인신문
  • 등록번호 : 경기 다 00854
  • 등록일 : 1976-06-11
  • 발행인 : 강중진
  • 편집인 : 강중진
  • 농업인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본지는 주간신문 윤리강령에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Copyright © 2019 농업인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master@nongupi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