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농민단체로 이뤄진 한국농업인단체연합이 5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출범을 선언했다. 100여명의 각 단체 대표들과 관계자들이 참여한 기자회견은 자칫 식상하게 넘길 수 있는 일반 행사로 보였다.


농업?농촌의 회생을 위한다는 의미부여, 고령화와 저소득으로 상징되는 배경설명, 생명산업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당위성. 이날 농단연 출범 선언에 앞서 이어진 배경 설명들이다. 분명히 농업.농촌의 생존 위협이 느껴지고, 섬뜩한 얘기인데도, 왜 이러한 내용들이 행사장 주위 사람들에게 ‘식상하다’는 평가를 듣는 것일까. 그만큼 우리의 농업은 경제우위론자들에게 밀려, ‘밋밋한 논리 덩어리’로 치부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 평이한 행사라는 지적이 나올 쯤, 이날 출범식의 선언문은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을 수반했다.


‘이러한 위기속에서 우리 농업인단체는 비판은 하되 대안이 없고 요구는 하되 기대하지 않는 자기모순에 빠져있었습니다.’ 선언문 중도부터 시작되는 농민단체들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얘기는 까만 잿더미에 잠재된 빨간 불씨를 떠올리게 했다.


‘정부에서 선심쓰듯 제시하는 미봉책이나 지극히 사적인 작은 호의에 자족하며 농정의 파트너라는 미사여구에 매몰돼 농업인단체 대표로서의 본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실천이 부족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농민단체 대표들의 자아반성 대목에서 뭉친 실타래의 끝매듭을 확인했다는 게 행사 참여자의 귀뜸이다.


최근 농민단체들은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갖고 활동하는 것인지, 대표성에 항상 의심을 받아왔다. 처절하게 반대투쟁해왔던 한미FTA에 대해 발효를 선언하는 국회 여당의 행사장에 ‘박수부대’로 동원되는 농민단체도 있었고, 농민단체대표라기 보다 공천받기 위한 중간단계로 삼고 활동을 펼치는 인사도 심심치 않게 나왔던게 사실이다.


또 정부의 각종 정책사업과 연계된 활동을 벌이면서, 복잡한 이해관계로 본연의 판단과 선택이 흐려지는, 일명 ‘관변단체화’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사를 공명정대하게 처리할 것’을 선언문 맨 앞쪽에 명시하는 농단연의 출범 선언문의 참뜻에 의미를 두고자 한다.  


의미는 부여할수록 큰 것이고, 목표는 높게 잡을수록 활동이 배가 되는 사례를 종종 봐오면서, 농단연의 선언문에 기록한 자기반성과 정체성 확립은 분명 농업?농촌 생존권 사수이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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