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산업, 불황 타개 수급조절 협의도 못하냐 ‘반발’

농안법·축산법 등 축산물 수급조절 법조항 없어 논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가금산업의 수급조절 협의를 일방적으로 ‘담합’으로 규정해 강도 높은 조사를 강행하면서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수십~수백억원의 벌금이 내려질 경우 가금산업 전체에 끼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생산자단체는 회원과 회원사의 권익과 이익대변을 설립 목적으로 두고 있다. 때문에 해당 품목이 불황으로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는 최악의 경우 자의반 타의반으로 수급조절 협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두고 공정위는 ‘담합’으로 규정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사)한국육계협회와 (사)한국토종닭협회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으며 (사)한국오리협회도 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협회는 공정위가 들이댄 잣대를 따져본다면 생산자단체 어느 곳도 수급조절에 관여할 수 없으며 그 해당 품목의 생산농민들이 수급불균형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더라도 ‘모르쇠’ 해야 정당한 행위가 되는 것이냐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 존립 자체 이유가 없을뿐더러 회원들을 위해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는 것. 


육계협회의 경우 지난 2017년~2018년 AI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락·폭등이 반복돼 회원사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나 실제로 수급조절 행위에는 실패했다. 회원사별 경영 방침이 다른데다 각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관계이다 보니 수급조절이 용이치 않았기 때문이다.


토종닭의 경우 지난해 12월 평균 시세가 kg당 1,100원대로 하락해 최소 생산비인 kg 2,400원에 크게 밑돌았다. 이에 토종닭 한 마리를 팔 때마다 막대한 손해가 발생해 농가는 물론 업계의 곡소리가 요란했다. 이 때문에 대책이라도 고민해보자는 모임을 수차례 가졌으나 자금 확보 등 여러 문제로 시행하지 못했다.


더욱이 실제로 수급조절이 시행됐다 하더라도 정부(농림축산식품부), 소비자단체, 학계, 산업계 등이 참여하는 가운데 수급조절협의를 거쳐 진행했던 만큼 이를 담합으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거세다.


육계협회나 토종닭협회는 수급조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수급조절위원들의 협의를 거쳐 주무부처인 농식품에 보고 이후 닭고기자조금을 통해 시행하는 만큼 이 행위가 부당이득이나 담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축산물에 대한 수급조절을 두고 제대로 된 법 조항조차 마련되지 않아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안법, 축산법 어디에도 축산물 수급조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게 현실이다.


그나마 계열화사업법에 수급조절 조항이 있기는 하나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다 보면 시행할 수 있는 기간이 빨라야 2달뒤에 가능한 상황이다. 수급불균형은 해소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 2달뒤 시행은 있으나 마나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금단체들은 박완주 국회의원을 통해 의원 입법으로 법 개정을 추진, 축산물의 수급조절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관련 부처인 공정위의 검토가 필요한데 이를 인정해 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육계협회 정지상 부회장은 “수급조절 협의자체를 담합으로 간주하는 것도 억지인데다 실제로 수급조절에 나선 것도 정부와 협의를 거쳐 닭고기자조금을 활용했기 때문에 결코 불법행위가 될 수 없다”면서 “공정위 조사라도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무려 3년간 조사가 지속되고 있어 협회는 물론 업계 전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닭협회 문정진 회장은 “수급조절을 아무 때나 하는 것도 아니고 생산비조차 건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협회 차원에서 대책이라도 논의보자는 자리 자체를 담합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당장 농가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에서 협회가 대안 마련을 위해 나서는 것은 당연한 행위인 것을 담합으로 간주해 죄인 취급하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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