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도매시장, 출하자·소비자 보호 위한 ‘규제 공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또 다시 도진 시장도매인 ‘몽니’

최근 중앙일보가 연속으로 공영도매시장과 가락시장에 대한 딴죽을 걸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듯, 대형마트의 농산물 가격을 앞세워 공영도매시장의 기준가격을 폄훼했다. 더욱이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하려는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변하는 듯 “정답은 아니다. (상장거래와)병행해서 판단해 보자”는 ‘아니면 말고 식’의 용감함(?)을 드러냈다.


우선 해당 보도들의 기본적인 팩트체크를 해 본다. 먼저 기사(‘7㎏ 수박 9900원 vs 1만8000원, 그 뒤엔 도매법인 유통독점’)에서는 “지난달 31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7㎏인 수박 한 통이 1만1900원에 팔린다. 제휴카드로 결제하면 9900원이다. 이마트 왕십리점은 1만3800원이다. 같은 날 서울 송파구 소재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선 1만7000~1만8000원(소매)에 팔린다. 가격표가 없고 흥정으로 정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의 수박 중량은 기본적으로 ‘미만’을 표기한다. 상대적으로 중량이 커 보이기 위함이다. 기사에서 거론한 ‘7kg 수박’의 정확한 표기는 ‘6kg이상 7kg미만’이다. 특히 해당 수박의 경우 당일 입고된 물량이 아니라, 매장 내에 진열됐던 물건 중에서 판매되는 상품(롯데마트 홈페이지 확인)이다.


또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유통정보가 제공하는 수박의 거래단위는 1kg, 6kg, 8kg, 10kg이다. 이를 감안하면 해당 상품은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6kg 단위일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보통 가락시장 등급기준상 ‘하품’ 또는 ‘중품’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유통종사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5월 31일 경락된 6kg 수박은 ‘상품 1만599원’, ‘중품 8,341원’, ‘하품 5,202원’이다.


가락시장에서 소매판매 가격을 지적한 것 자체가 난센스지만, 이는 2가지 경우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도매권역의 중도매인이 소매판매를 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가락몰 직판상인의 판매이다.


중도매인의 소매판매는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에 별도의 규정이 없다. 중도매인의 경우 집단행동이나 허가권 대여 등의 위반에 대해서만 농안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타 거래질서에 대한 내용은 허가권자인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관할이다. 또한 가락몰 직판상인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건물주로 있는 가락몰에 입주해 있는 일반 소매상인이기 때문에 농안법 적용대상도 아니다.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농산물)의 도매시장법인은 중도매인 또는 매매참가인 이외에게 판매를 할 수 없다. 해당 내용을 위반할 경우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 또는 지정취소’(농안법 제82조) 사유가 된다.

가락시장, 대형유통 경로보다 최종 판매가격 ‘저렴’
aT유통실태조사, ‘함안→서울’ 수박 유통비용 명세표

이러한 사실관계를 외면한 채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도매인이라는 막무가내를 또 다시 꺼냈다. 기사(‘9900원 vs 1만8000원···수박 값 차이, 품질 때문 아니다’)에 따르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요한 원인을 도매법인이 장악한 유통구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경호 서울농수산공사 사장은 “도매시장의 농산물 유통단계가 복잡하고 수수료 등 추가비용이 많이 발생해, 갈수록 농민과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다”며 “유통구조를 바꾸는 게 해답”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도매시장의 거래물량과 거래금액은 늘어나고 있다. 가락시장의 거래물량과 거래금액도 다르지 않다. 농민과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다는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 또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7주요농산물유통실태’에 따르면 경남 함안에서 서울의 가락시장(생산자-산지유통인-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상)과 대형유통업체(생산자-농협유통-하나로클럽)로 출하된 수박 8kg의 최종 판매가격은 가락시장 경로 1만8,600원, 대형유통 경로 1만8,700원으로 분석됐다.

유통단계는 각각의 기능으로 전문화되어 있다. 눈에 보이는 유통주체를 줄인다고, 각각의 기능수행을 위한 유통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능별 유통비용은 남아있는 유통주체들에게 전가될 뿐이다.


농안법에 따라 공영도매시장은 규제의 시장이다. 도매시장법인은 사업영역이 엄격히 제한되며, 원칙적으로 상장거래에만 전념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수탁판매원칙에 따라 출하자가 지불하는 위탁수수료 외에는 어떠한 수익원도 없다. 공영도매시장은 이러한 규제를 통해 출하자 보호와 소비자의 권익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 때문에 출하자, 거래품목, 거래물량, 거래가격 등 일반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상장거래 전과정이 의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일부 중도매인은 경쟁촉진과 도매시장 유통효율화 차원에서 시장도매인 제도 도입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한 반면, 도매시장법인과 출하자를 대표하는 농업인단체들(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등)은 경매를 통한 가격발견 기능 축소, 경매위축으로 인한 수취가 하락 우려 등의 이유로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명한 시장도매인의 문제점은 첫째, 거래과정에 폐쇄성이 높아 경매제보다 투명성과 공개성이 낮고, 유통정보의 정확성과 신속성도 부족하다. 둘째, 대부분의 농업인은 거래협상력과 유통 관련 정보력이 시장도매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농산물 가격결정에서 불리한 입장이다. 셋째, 거래규모가 큰 중도매인의 시장도매인 전환으로 경매제 가격결정 기능을 위축시켜 가격결정 혼란 및 수취가격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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