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북한이 세계동물기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신고함에 따라 국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출혈 전염병으로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만에하나 국내로 ASF가 확산될 경우 1100만 마리에 이르는 돼지사육 농가뿐만 아니라 사료회사, 육가공업체, 음식점 등의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ASF 발생이 알려진 이후 농식품부는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인천 강화군 등 10개 남북 접경지역에 대한 1차 방역을 실시했고, 접경지역 내 353개 전 양돈 농가 사육 돼지에 대한 ASF 발생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사태가 엄중한 만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인력을 총동원해 ASF의 국내 유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6월말까지 접경지역 내 모든 양돈농가에 멧돼지 포획틀과 울타리 설치를 완료한다는 조치를 진즉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ASF 발생 이후 중국과 교류가 빈번한 북한을 통한 국내 유입 위험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던 만큼 선제적 조치를 취했어야한다. 접경지역 353개 돼지사육 농가 주변에 멧돼지 포획틀과 울타리를 설치하는데 예산이 얼마나 든다고 지금까지 미뤄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ASF 발생 이후 다수의 언론과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남북방역협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역시나 아쉬운 일이다.

지난 2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농어업정책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ASF 남북공동방역 제안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남북공동방역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했었다. 북한의 방역능력이 취약한 만큼 ASF 진단키트와 소독약 공급, 방역기술 전수 등 구체적인 대책까지 제시됐었다. 문제는 이 세미나에 참석한 통일부 간부는 ASF가 발생을 대비해 대북제재라는 한계를 고려한 협상전략을 짜야한다는 말까지 했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취한 조치는 북한에 남북방역협력에 대한 제안을 통보했다는 것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속담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늦더라도 외양간을 꼭 고쳐야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남북공동방역 성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북제재 국면에서 국가간 협력에 어려움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유연한 지자체를 통한 공동방역 방식까지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 역시 ASF 확산 방지라는 긴급한 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만이라도 정쟁과 상관없이 초당적인 협력을 통해 반드시 남북공동방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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