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의 가치를 알아주는 날을 기다려요”

 

강인식씨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20여년 가까이 토종벌을 키우고 있다. 군 전역을 하고 벌의 매력에 푹 빠져 시작해 원주시토종벌회장을 맡는 등 지역에서도 토종벌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히 지역에서 벌통의 규격화, 벌 환경조성, 작목반 구성 등을 통해 고품질 꿀을 생산하고 있고,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꿀 생산과 판매에도 앞장서고 있다.


“군 생활을 30년 정도 했는데 1990년대 초 원주시에서 근무할 때 물과 공기 좋은 치악산을 정말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양봉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토종벌과 토종꿀도 병행해서 하고 있어요.”


그가 벌을 좋아하는 이유는 체계적인 조직과 부지런함이다. 대부분 해가 떠야 나가는 양봉벌에 비해 토종벌은 새벽에도 나갈 정도로 부지런하고, 나이가 든 벌은 죽기전에 문을 지킬 정도로 조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한다. 여기에다 몸에 좋은 꿀까지 제공해주니 더할나위 없다.


그는 지금 6개의 벌통에서 토종꿀을 채취하고 있는데 채취는 첫서리가 오는 한로에 맞춰 10월 20일에서 11월 10일까지 한번 만 한다. 이렇게 생산된 비록 양은 적지만 토종꿀은 비록 양은 적지만 양봉꿀의 10배에 가까운 가격을 받고 있어 소득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처음 5년간은 기술이 부족해 분봉은 언제 하는지, 벌 새끼는 언제 나오는지 년·월·일·시·분까지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기술을 쌓았다. 그리고 2007년부터는 원주시 치악산토종꿀협의회를 만들어 홍보와 판매에도 앞장섰다.


그리고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회원 180농가중에서 3분의 1이 큰 피해를 입었다. 지금은 강 감사를 포함해 30농가 정도만 토종벌을 키우고 있는데 당시에는 가슴아픈 일이었다고 한다.


‘벌들의 에이즈’로도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은 제2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꿀벌 유충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마르거나 썩어서 죽는 질병이다.


“벌에 오는 병들은 사람들이 산에서 먹고 버리는 음식물 영향도 있고, 기후의 영향도 있어요. 그래서 토종벌을 하는 사람들은 더 깊은 산을 찾아 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우리 연구회만 해도 처음에는 180농가가 있었는데 많이 줄었고, 약도 없어서 정부의 관심이 정말 필요해요.”


그는 무엇보다 우수한 토종벌이 육종되고, 토종벌을 키우는 사람들의 가치를 알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 역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왔지만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연구한 것이 헛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토불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벌 이름 앞에 토종을 붙여준 것은 그만큼 오랜세월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에요. 저는 토종과 양봉을 겸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꿀이 세계최고라고 생각을 하고요, 특히 토종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토종벌은 몸집도 작고, 색도 예쁘지 않다. 그리고 숫자도 많지 않지만 오랜세월 없어지지 않은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 토종벌이 생물자원으로서의 가치와 보전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 강인식 전 회장이 추천하는 토종 <토종벌>


“근면, 성실은 토종벌에게 배워요”

 

 

토종벌은 우리나라 땅에 자생하고 있는 순수한 우리나라 고유의 꿀벌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토종벌을 고구려의 동명성왕 시대에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들여와 토봉, 토종벌. 한봉 등의 이름으로 사육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 지리산 권역을 중심 토종벌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고, 최근에는 토종벌 사육농가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만 채밀하는 토종꿀은 양은 적지만 고품질에, 가격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토종벌은 정말 근면성실해요. 3월부터 10월까지 새벽부터 무섭게 일하면서 벌통을 키워나가요. 겨울에는 잠을 자고요. 또 토종꿀은 양봉꿀보다 성분과 영양가 면에서 뛰어날 뿐 아니라 옛날부터 환자와 노약제를 위해 많이 사용됐다고 해요.”


하지만 토종벌은 2009년 이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90%이상이 폐사했다. 이에 따라 이런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응하기 위한 우수계통 선발과 육종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수한 토종벌을 육성하고 선발하기 위해서는 토종벌의 생리 생태를 비롯한 사육상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여왕벌을 양성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촌진흥청이나 지자체에서도 우수한 토종벌을 육종하기 많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지역 특성이나 기후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 키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토종벌도 오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현대식 사육체계 시스템을 도입해 토종벌 농가도 활짝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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