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하락-재배면적 축소-가격상승’ 패턴 반복

KREI, 기상변화가 채소류 생산 및 수입에 미치는 영향

김치 수입량 증가에 따른 충격이 단기적으로 국내 배추가격을 하락시켜 재배면적 축소를 불러온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줄어든 재배면적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는 다시 국내 배추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상환경 변화가 채소류 생산 및 수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시계열 분석방법을 활용하여 가격 변동성을 계측하고, 국내산 채소류 생산과 가격이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기상환경은 기온, 강수량, 일사량 등의 변화에 따라 출하시기, 품질, 주산지 이동 등 농산물 생산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종합적으로 농업생산성과 농가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농업 생산수단의 자산 가치에 변동을 주는 주요 요인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배추의 경우 가물거나 습할 경우 단위당 수확량이 감소하는 정도가 비슷하다. 그러나 고랭지배추는 가물거나 습할수록 정상인 경우보다 단수감소가 크기 때문에 기상환경에 더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무와 당근은 강우보다 가뭄으로 인한 단위당 수확량 감소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온 상승은 채소류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 배추파동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가격을 기록했던 2010년의 경우 고랭지배추와 무의 파종기(6월)에 가뭄이 극심했고, 생육기(8월)에는 고온, 수확기(9월)에는 폭우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고서는 김치수입에 따른 국내산 배추 등의 채소류 재배환경 변화를 분석했다. 국내산 김치 수출량은 2000년 이후 연간 2만톤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김치 수입량은 연간 20만톤 규모로 수출량의 10배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신선배추와 김치를 환산한 순수입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50만톤을 넘고 있다.


김치의 경우 주재료인 배추, 무와 함께 양념채소류가 함께 소비되기 때문에 채소류 전반에 대한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김치 수입 증가가 국내산 채소류의 재배면적과 도매시장 반입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줄어든 반입량은 다시 국내산 채소류 가격을 상승시켜 수입량을 증가시키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 국내산 채소류에 ‘얇은시장(Thin market)’ 현장이 발생했다. 얇은시장이란 생산량이 조금만 줄어들면 가격이 급등하고, 조금만 늘어나면 가격이 급락하는 매우 낮은 가격탄력성을 가진 시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은 일정한 재배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비탄력적인(낮은 가격탄력성) 시장으로 본다.


중국산 김치와 고춧가루, 세척 당근 등의 수입증가는 국내 채소류 재배면적과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국내 채소류의 생산기반을 축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초반부터 최근까지 중국산 신선배추는 거의 수입되지 않고 있지만, 김치, 고추 및 고추 관련 품목과 당근 수입량은 많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해당 품목의 국내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추 자급률은 국내산 생산량 감소 및 수입량 증가로 2007년 67%에서 2016년에는 국내산 건고추 생산량 감소로 50% 수준까지 하락했다.


보고서는 “채소류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국내산 채소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안이 우선되어야 하고, 수급이 불안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입 채소류 활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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