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욱 경상대학교 교수

 

일본의 중앙도매시장법은 1971년 4월 3일 도매시장법으로 전환되었다. 이후 청과물 유통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점, 청과물 유통의 광역화에 따른 거래방식 및 경로가 다변화되었다는 점, 도매시장을 둘러싼 청과물의 판매 및 조달방식이 다양화되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일본의 도매시장법은 1999년 개정되었다.

또한 농수산물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거나 수입을 통한 물류가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증가로 인해 일본의 도매시장법은 2004년 대대적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우리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일본의 개정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의 개정의 과정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농안법을 개정하는 법률 제6223호, 제8178호, 제9178호 및 제11349호 등은 1999년 일본 도매시장법의 개정에 따른 영향을 강력하게 받는 것으로 이해된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의 인수ㆍ합병에 관한 규정, 정가매매 또는 수의매매의 활성화 등을 위한 규정, 일련의 위원회 설치 및 폐지를 위한 규정, 경영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시장으로의 개입가능성을 열어놓은 규정 등은 이러한 영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또한 법률 제8178호, 제9954호, 제10886호, 제12509호 등은 2004년 일본 도매시장법의 개정을 강력하게 받은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품질관리를 위한 안전성 검사와 같은 일련의 조치를 가능하게 하는 규정, 유통의 효율화를 위한 기존의 제한을 완화하는 규정 등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8년 일본의 도매시장법의 개정이 향후 우리의 농안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사료된다. 왜냐하면 2018년 개정된 일본의 도매시장법은 기존에 인가(認可)를 필요로 했던 도매시장의 개설이 이제는 단순히 인정(認定)을 받으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도매시장법인 및 중도매인과 비교할 수 있있던 도매업자와 경매인을 지정함에 있어 더 이상 어떠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본의 도매시장법 개정은 기존의 공공성 중심의 도매시장에서 효율성 중심의 도매시장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과연 우리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일본의 도매시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어야 했는가에 대한 점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우리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던 관련 법체계는 일본의 법체계로부터 매우 강력한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에 일본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구조와 기능이 우리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본 영토(377.972㎢)는 우리나라의 국토(100,210㎢)의 3.7배이며, 일본의 인구(1.268억)는 우리 국민(5147만)의 2.46배에 해당한다. 그런데 49개에 불과한 우리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 1000개가 넘은 일본의 농수산물도매시장과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겠는가? 이미 틀에서의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입법으로 이어지는 비교법이라면 비교 가능한 것을 비교했어야 하며 수용 혹은 개수 가능한 것을 수용 및 개수(改修)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일본의 도매시장법을 개수하며 이루어졌던 우리 농안법의 개정과정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고려되었는지 반성하고 이러한 성찰의 과정을 거쳐 우리 농수산물도매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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