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육계협회 수장에 농가 출신의 김상근 회장이 지난 15일 취임했다. 육계협회는 지난 1987년 대한가금처리협회로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이래 2018년까지 30년이 넘도록 계열화사업자와 관료출신 등이 협회장을 맡아올 만큼 농가들을 배척해온 단체이다. 이런 단체에서 육계 사육에만 전념해온 농가가 협회장에 취임한 것이다. 말 그대로 천지개벽(天地開闢)인 셈이다. 


지난 1990년 무렵 계열화사업이 접목된 닭고기산업은 폭풍 성장을 지속해 왔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들만 살찌우고 농가들은 위탁농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농가들은 계열주체들이 ‘갑질’을 일삼더라도 대응조차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농가들 스스로 권익보호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나선 인물이 바로 김상근 회장이다. 당시 계열주체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상황에서 김 회장의 도발(?)은 단연 화제였다. 그에 행보는 단발에 그치지 않았다. 2004년 불가능으로 여겼던 하림사육농가협의회를 탄생시키고 계열주체와 당당하게 협상을 요구했던 일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거침없는 김 회장 행보의 동력은 ‘대화’, 그리고 ‘리더십’이 꼽히고 있다. 지난 과거 육계농가들의 흔한 투쟁방식이었던 집회에서 벗어난 그는 계열주체와 대화, 토론을 통해 현안에 접근해 늘 풍족한 결과물을 내놨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갈수록 어려운 난제들이 닭고기산업을 압박하고 있지만 ‘공존’, ‘공생’의 확고한 의지만 가진다면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가와 계열주체가 하나된 힘을 발휘한다면 풀지 못할 난제가 없다는 점을 표명한 것이다.


육계산업은 현재 수입물량 증가로 국내 시장이 위협받고 있는데다 관세 철폐가 임박해지면서 자급률 하락마저 걱정해야 하는 위태로운 지경이다. 여기다 좌초 위기에 몰린 닭고기자조금 등 산적한 현안에 신임 회장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은 김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사뭇 진지하다. 이제는 안심하고 닭만 잘 키우면 대접받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도 김 회장의 열린 자세와 리더십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육계업계가 처한 현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진심과 사력을 다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마당쇠' 협회장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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