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스마트농업본부장

 

가끔 시간이 나면 서점에 들르곤 한다. 딱히 어떤 책을 사려는 것은 아니지만 서점에 가면 고전에서 최신 이슈까지 전 학문분야에 걸쳐 트랜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장 눈에 띈 책이 하나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컨텐츠(Contents)가 왕이라면 컨텍스트(Context)는 신이다”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컨텐츠는 알겠는데 컨텍스트는 잘 쓰지 않는 용어라서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 내용 중에는 재미있는 용어가 몇 개 등장한다. 바로 책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인 4차 산업혁명, 컨텍스트, 그리고 엄마 기계다. 이 세가지 핵심 키워드로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context를 이해하는 것이며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엄마 기계’라는 것이다.


과거‘엄마’들은 아이들의 옷을 만들 때 아이의 성향, 선호도, 주변 상황 등을 고려해서 아이에게 가장 최적화된 옷을 만들어 줬다. 엄마 기계란 바로 엄마가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아이의 맞춤옷을 만드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각종 기계, 장치, 시스템, 소프트웨어들이 수요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치‘엄마’처럼 말이다.


이때 엄마가 고려하는 것이 바로 컨텍스트다. 컨텍스트는 텍스트의 단순한 표면적 의미를 넘어서 주변 상황, 시간, 환경 등이 고려된 좀 더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하고자 할 때 고려되는 부분이며, 사전적인 정의로는‘맥락’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저자 박창규 교수는 이 책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컨텍스트를 수집하고 파악하고 대응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하였다.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에는 대충 짓지 않는다. 바로 엄마가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농사를 짓는다. 온도가 너무 높지 않은지, 습도가 너무 낮지 않은지, 영양은 충분하지 등 여러 가지 변수들 즉, 작물이 잘 자라기 위한 다양한 컨텍스트를 고려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제 농업분야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스마트팜이 바로 엄마 기계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농업’이라는 컨텐츠가 온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과 만나면 스마트팜이 되고, 축사, 로봇, 빅데이터, 환경 센서 등과 만나면 스마트축사가 될 것이며, 트랙터, 이양기, 콤바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들을 만나면 지능형 노지 스마트팜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지난해 12월, ‘스마트농업본부’를 신설하였다. 스마트농업본부는 스마트팜 기술 실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지원사업과 스마트팜 ICT융복합 표준화 추진, 스마트농업에 사용되는 ICT융복합 기자재(스마트팜 기자재, 농업용 드론, 로봇, 자율주행농기계 등)검정, 농업기계 검정방법 및 안전기준 등의 선진화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다양한 디바이스, 기술과의 결합으로 새로운 컨텍스트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 환경 등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엄마가 아이의 새로운 삶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듯이 농업기술실용화재단도 엄마의 마음으로‘스마트 농업’이라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농업도 컨텐츠를 넘어 컨텍스트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