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주 교수 순천대학교 친환경축산사업단장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이자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는 남아프리카에서의 인종차별투쟁으로 유명해졌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 대해 반영·비협력 운동 등의 비폭력 저항을 전개하여 인도를 독립의 길로 이끌었다.

특히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떻게 다루어지는 것인가로 판단할 수 있다”라는 유명한 어록도 남겼다. 이 말은 1948년 반(反)이슬람 극우파인 한 청년의 흉탄에 쓰러진 이후 간디의 추종자들이 지난 1983년부터 간디의 생일인 10월 2일을 ‘세계 농장동물의 날’로 지정하고 매년 농장동물의 고통을 전파하기 시작하였던 근원이 된다.

알고 보면 인도가 동물복지 운동의 발원지인 셈이다. 이후 2014년 ‘세계 농장동물의 날’에는 96개국 1만2,437명의 시민이 1일 단식에 참여하였고 이를 계기로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등 세계 20여개 도시에서 농장동물의 복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세계 농장동물의 날에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케어’ 등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했고, 동물의 고통과 배고픔을 체험하기 위해 1일 단식 제안하고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외국에서 시작된 유기축산 및 동물복지 축산 등의 전 세계적 확산과 연대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되어 확산중인 것은 눈여겨 봐야할 일이다.


우리나라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은 2012년 산란계를 대상으로 시작되었다가 ‘동물복지 축산물 표시제’로 정착하였다. 국가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을 마련해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 돼지, 닭, 오리농장 등에 대해 인증하고 인증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로,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제도가 정한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은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노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첫째,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둘째,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셋째,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넷째,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 다섯째,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등이다.

우리나라 동물복지 인증 제도는 2012년부터 시행 8년이 되었지만 인증농가 수는 2019년 4월 현재 총 213농가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산란계 125농가를 제외하면 돼지 14농가, 젖소 9농가에 불과해 아직 그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필자는 2007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RIS사업(지역연고 진흥사업)으로 ‘전남 친환경 축산식품 생산·유통 시스템 강화사업’을 수행하면서 전남 동부지역 8개 시군이 연합한 최초의 광역브랜드인 ‘지리산 순한한우’와 친환경 축산물 브랜드를 만들고, 한우농가 친환경축산을 교육하고 인증업무를 지원하여 전남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1천4백여 농가가 친환경 축산 인증을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친환경 인증을 받은 한우들은 롯데수퍼마켓과 백화점 등에 고가에 현재까지도 유통이 되고 있으며, ‘지리산 순한한우’는 2009년, 2015년 그리고 2016년 축산물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3회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고 난 뒤, 그 동안의 모든 무항생제 축산제도를 폐지하고 동물복지 축산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또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의 ‘국민생명지키기추진단’은 2018년 11월에 발표한 ‘식품안전개선 종합대책의 축산분야 인증제 개선방향’에서 ‘2020년부터 모든 무항생제 축산물은 친환경 인증제에서 제외시키고 유기축산 인증제로 단일화 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장문제의 정확한 심각성은 외면한 채 현실성이 부족한 대책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친환경 축산물의 인증현황을 살펴보면 유기 축산물은 1.46% 지나지 않지만 무항생제 축산물은 무려 98.54%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조치는 그 동안 정말 어렵사리 이루어 낸 전국 8천여 농가들의 ‘무항생제 축산인증’을 그냥 없었던 일로 되돌려 놓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8년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추진하였지만 한우, 육우, 염소, 오리, 메추리 사육 농가에서는 인증이 아예 단 1건도 없다는 것은 그 만큼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증명하는 것일 터이다.

또 지난 2014년부터 친환경 인증 농가수가 상당히 감소하면서 오히려 항생제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띠는데 이는 장차 심각한 사회적 문제점을 예고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추진하는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축산 현장 문제점을 좀 더 면밀히 살피면서 깊이 있는 축산 농가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축산여건은 우리나라의 여건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할 때 외국의 기준을 무작정 적용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일예로 외국에서는 가축의 방목장 또는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불법이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상당히 많다는 점인데, 과연 동물복지 인증으로 무항생제 축산인증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일반 축산물외에도 유기, Non-GMO, 무항생제, 저 항생제, 항생제 사용 등으로 세분화하여 판매가격을 달리하여 소비자의 선택을 다양화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어렵게 만들 무항생제 축산인증 제도를 하루아침에 없애지 말고 이를 기반 삼아 다양한 문제점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 농가현장 실정에 맞는 인증 제도로 다듬고 개정하여 우리 축산농가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달성이 가능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로 탈바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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