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사회적 기여가 ‘기부금 압박 징수’?

도매법인 매출액 0.1% 통합지원센터 기부 강요

“도매시장 개혁 요구 심해”...도매시장 위기의식 조장

4월 25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도매시장법인 자조금 조성 기여방안 설명회’가 개최됐다.

 

전국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공판장 및 도매시장법인 82곳에게 원예자조금 통합지원센터에 대한 지원금 기부가 독려됐다. 지원금 기부가 강제는 아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도매시장 평가에서 위탁수수료 대비 기부금 비율을 반영하는 가점항목이 신설됐다.

특히 “도매시장 개혁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엄청나다”, “유일하게 대한민국과 대만 정도만 도매시장법인이 생존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는 등의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기부금 압박 징수’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전국 32개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의 공판장 및 도매시장법인 82곳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도매시장법인 자조금 조성 기여방안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이날 설명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소집한 자리였다.


설명회 개최 공문은 4월 23일 오후쯤 각 공판장 및 도매시장법인에 전달됐다. 공문은 “자조금 제도 정착 및 활성화를 위한 통합지원센터 출범을 맞이하여 공영도매시장 도매시장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밝히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먼저 도매시장법인의 사회적 기여가 강조됐다. 뒤이어 자조금 통합지원센터의 설립 취지와 운영계획 등이 소개됐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이 자조금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전체 도매시장법인 매출액 3,875억원 기준으로 0.1% 정도를 지원금으로 납부할 경우 통합지원센터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 확보될 전망”이라는 내용이 제시됐고, “올해부터 도매시장 평가에 기부금에 대한 가점항목 신설”이 소개됐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도매시장) 지금 구조는 오래 못간다”, “법인이든 중도매인이든 각자 도생하는 길을 찾지 않으면 똑같은 길을 간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1996년도에 까르프가 들어와서...도매시장법인이 다 문 닫았다”는 등의 언급으로 도매시장에 임박한 위기상황을 강조했다.


설명회의 전반적인 흐름과 내용은 논란의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도매시장법인을 상대로 지원금 명목의 기부금을 강제하는 모양세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조금 통합지원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모집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직접 나서서 기부를 강요하는 행태는 논란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나 공무원 등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 또한 자조금 통합지원센터 관계자의 기부금 강요 역시 위법이다.


논란은 또 있다. 도매시장법인에게 요구되는 기부금은 단발성이 아니라 매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부금의 사용처가 원예농산물 자조금으로 직접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지원센터, 즉 사무국 운영비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원예농산물 자조금에 도매시장(유통업자)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원예농산물의 다양한 출하경로로 인해 거출목이 마땅치 않고, 50% 수준이 도매시장을 경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매시장 경로 이외의 대형유통업체나 직거래 등 40% 이상을 차지하는 도매시장 이외 경로에 대한 형평성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서도 해당 품목의 유통업자는 지원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25개 원예자조금을 지원하는 통합지원센터에 도매시장법인이 지원금을 납부할 경우, 도매시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과 상장예외로 거래되는 품목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더욱이 농림축산식품부가 도매시장법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조금 회원자격이 아닌, 제3자 입장에서 사무국 운영 경비를 내달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전국 37개 도매시장법인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원예자조금 통합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자율적으로 자조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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