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고병구 유기농업과장

 

빨갛게 익은 딸기 덕분에 지난해 겨울부터 입이 호강이다. 덩달아 수제 딸기청, 딸기팬케이크 등 딸기로 만든 디저트까지 인기를 끌고 있어 딸기의 달콤 상큼한 맛을 다양하게 누리는 중이다. 딸기 재배 농가도, 딸기를 사 먹는 소비자도 즐거운 나날이다. 

   
맛있는 딸기를 출하하기 위해 딸기 재배 농가에서는 많은 노력을 쏟는다. 특히 딸기가 흰가루병에 걸리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딸기가 흰가루병에 걸리면 기형과가 발생하거나 열매가 크지 못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크고 예쁜 모양의 딸기를 수확하기 어려워진다.


약제를 뿌려 흰가루병을 방제하자니 벌이 걸린다. 딸기가 열매를 잘 맺으려면 벌이 꽃가루를 옮겨주어야 한다. 농가에서는 꽃가루를 옮겨주는 벌을 딸기 재배 온실에 넣어 관리한다. 그래서 약제를 뿌릴 때마다 벌이 약제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벌통을 온실 밖으로 꺼내놓거나 벌통 출입구를 막아 벌이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고품질 딸기를 생산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클로렐라를 사용하게 되면 흰가루병 발생이 많이 감소돼 약제 살포를 줄일 수 있다. 클로렐라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미생물(플랑크톤)로, 유기농업에서 작물 생육과 병해충 관리용 친환경 자재로 사용이 허용돼 있다. 클로렐라를 사용하면 종자의 발아율이 높아지고 작물의 생육은 촉진되며, 병 발생이 억제돼 수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까다로운 수출 과정을 거치려면 수확한 딸기가 약제 잔류 검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클로렐라를 쓰면 이런 걱정도 줄게 된다.


장점이 이렇게 많다 보니 친환경 실천 농가뿐만 아니라 일반 농가에서도 유기농업 자재인 클로렐라를 사용하는 곳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떤 농자재든 사용방법을 충분히 숙지한 후에 사용해야 효과가 극대화 된다. 클로렐라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배양단계에서 적절한 물과 온도, 빛이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이 미생물이 번식하여 최종 배양농도가 1×107세포/ml 수준이 되어야 병 방제에 효과가 나타난다.

잘 배양한 클로렐라라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미생물이다 보니 사용방법에 따라 효과도 천차만별이다. 잘 만들어진 배양액을 적절한 농도로 희석해서 작물생육 주기에 맞게, 사용하는 횟수와 시간대까지 고려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친환경 유기농업자재인 클로렐라를 농업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2016년부터 2018년까지 69개 시군농업기술센터를 대상으로 보급 사업을 펼쳐 왔다. 여기에는 총 3,139농가가 참여했다. 그 중 논산시 노성농협공선출하회(박형규 회장, 회원 120여 명)에서는 2017년 신기술 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클로렐라의 효과를 실감하고, 현재 출하회 전체 농가에서 클로렐라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클로렐라를 사용하면서 딸기 생산에 큰 문제가 되었던 흰가루병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2018년 12월부터 6개 나라에 딸기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논산의 사례를 비롯해 클로렐라 사용 지침을 잘 지키고 배양해 생산 효과를 높이는 농가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농가에서 더 쉽게 클로렐라를 배양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신속하게 보급할 필요가 있다.


딸기는 원래 봄철 과일이었다. 그러나 농업기술이 발전하면서 계절 없이 빨갛고 달콤한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나라 밖에서도 우리 딸기를 찾는 곳이 늘고 있다. 클로렐라가 고품질 딸기를 생산하고 세계시장에서 우리 딸기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