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정책 명목으로 농업인의 경제적 손실만 키워

한유련, 농업 현실 외면하는 농산물수급정책 규탄

“정부는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방지하여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미명하에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높을 때만 수매·비축 물량을 풀어 농산물 가격을 하락시키고,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면 제대로 가격 지지를 하지 않아 농업인에게 큰 손실을 떠안기고 있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무, 배추, 양배추 등 주요 채소류의 포전거래와 산지 직접생산 등 농산물 생산 및 산지유통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산지유통인들이 정부의 농산물 수급정책을 규탄하고 나섰다.


전국의 산지유통인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이하 한유련)는 4월 19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농산물 가격이 수개월째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자세에 우려를 표하며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유련에 따르면 정부는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방지하여 생산자 보호와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킨다면 미명하에 수급조절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수급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급을 조기에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개입이 오히려 농업인들의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높아지면 수매·비축했던 농산물을 시장으로 방출시켜 가격을 안정시키고,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수매·폐기를 통해 가격을 지지한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개입이 유독,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을 경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농산물 가격이 높을 때 신속히 이루어지며, 제대로 작동한다.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낮을 때에는 더디고, 작동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농업인들은 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왔음에도 물가안정이라는 미명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낮아져 생산원가마저 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가격지지가 이루어지지 않아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고 있다.


일례로 배추의 경우 지난 3월 한달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상품 10kg(3포기)망당 평균가격은 2,480원(중품 1,870원)으로 작년 동월 7,990원(평년 6,840원) 보다 69% 하락한 수준이다. 이는 정부의 수급조절 매뉴얼이 밝히고 있는 ‘하락 심각단계’(3,847원) 보다 1,000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한유련은 “배추, 무, 양배추, 대파, 쪽파 등 다수의 농산물 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져 수급조절 매뉴얼상 ‘하락 심각’ 단계에 있음에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있으나 마나한 ‘농민을 다 죽이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한유련은 배추와 양념채소류의 수급안정을 위해 김치 수입의 전면 중단과 학교급식 및 공공급식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사용되는 수입김치를 전면 국산김치로 교체하라고 주장했다.


한유련은 “김치수입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29만 톤을 기록하며 매년 7%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치 수입을 막지 못한다면 배추는 물론 김치의 부재료인 고추, 마늘, 양파, 생강, 파, 부추까지도 큰 영향을 주게 되어 국내 농업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 농업기반 붕괴는) 정부가 무분별한 개방 농업정책과 잘못된 농산물 수급조절 정책 때문에 발생되는 폐해로 밖에 볼 수 없으며 그 결과 농민을 사지로 몰아넣고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유련은 “아울러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농산물의 가격 하락세 또한 끊지 못하고 수수방관으로 계속 이어간다면 농가 경제는 붕괴되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면서 “그로인한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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