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412 농가, 90억원 농업피해 발생

정부, 농업 피해시설 복구 자금 등 우선지원

주민들, “성금 지원 감사…빨리 일어설 것”

 

지난 4일 저녁 강원도 고성군 원암리 일원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은 1,757ha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 516채를 잿더미로 만었다.

또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6일 낮에 진화가 완료됐다. 특히 농업에서는 412농가에서 90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신속한 복구와 보상이 요구되고 있다.

 

■ 하우스, 농기계 등 농업시설 불타


이번 산불은 임야의 피해가 컸던 앞선 대형 산불과는 달리 농산촌 마을에 집중되면서 농업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에 따르면 10일까지 집계된 피해 농가는 412곳으로 고성군이 180농가(49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릉시 120농가(16억원), 속초시 92농가(22억원), 동해시 15농가(2억원), 인제군 5농가(1억8,000억원)로 90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세부적으로는 농업시설에서 시설하우스 126동과 저온저장고 57동 등 60,668㎡에서 18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농기계 1,026대 42억원, 농자재 1억6,000만원, 농작물 1억2,000만원이 불에 탔다.


또 가축은 한우 16두, 닭 40,567수, 벌통 1,504군 등 40,700여 건에서 28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달규 한국농촌지도자강원도연합회장은 “강원도에는 7~8년 주기로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는 산불이 마을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리, 즉 마을이나 도로가에서 3킬로미터 정도의 나무를 베어내고 초지같은 시설을 조성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 전소 1,300만원 지원 아쉬워


정부는 지난 6일 산불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하고 주민 생계안정 비용과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비용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같은 날 열린 제2차 강원도 산불 관계장관회의에서 피해 농업인에게는 긴급자금 지원을 지시했다.


정부는 보유 볍씨를 무상 제공하고 화재 피해를 본 농기계 수리와 임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원된 농축산경영자금 상환 연기, 이자 면제, 경영자금 신규대출 지원, 비닐하우스 복구 시설자금 우선 지원 등이 실시된다.


11일에는 ‘강원 산불 수습·복구 및 이재민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피해지역 농협과 마을회관에 농기구 3,100여개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농기계에 대한 무상수리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피해 가축과 축사의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농축협 현장진료반과 긴급가축진료반 등을 통해 피해 가축에 대한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주택 피해 보상 부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5개 시군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지만 현재는 주택이 완전히 소실됐더라도 지원금이 가구당 최대 1,300만 원에 불과하다. 주민들이 바라는 기대치에는 못 미치고, 또 주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동해시의 한 농업인은 “나라에서는 집이 전파되면 1,300만원, 반파되면 65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집 안팎이 홀랑 다 타도 기둥만 남아있으면 반파로 간주돼 보상금액이 줄어든다”면서 “설령 1,3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어느 누가 그 돈으로 다시 집 짓고 살 수 있을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


한편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분야 피해 현장조사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간 진행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등과 합동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응급 복구는 주택지, 도로변 등 생활권과 관광지에 대해 연내 긴급 복구 조림을 추진할 계획이다.

 

■ 발화원인, 전신주 불꽃으로 추정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1,757ha의 산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고성·속초 700ha를 비롯해 강릉·동해 714.8ha, 인제 342.2ha 등으로 밝혀졌다.


많은 요소가 발화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산불의 발화지점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부근이고, 한국전력에서 관리는 전신주의 개·폐기에서 불꽃이 튀었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강원지방경찰청은 지난 9일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3곳에서 합동 감식을 거쳐 수거한 증거물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 의뢰하고 탐문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는 개폐기와 리드선의 접합점에 씌워진 20㎝ 길이의 ‘덮개’에 미세먼지와 나뭇가지가 발화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찰은 “덮개 안에서 발견된 이물질에 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전신주 전체를 수거해 국과수에 분석 의뢰한 만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성군 토성면의 한 주민은 “마을에서는 국과수가 아니라 한전에서 발화원인 부분을 떼어서 들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게, 제대로 된 조사와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산불 방화·실화자 처벌 강화 필요


이번 산불은 한국전력 측의 관리소홀 여부를 놓고 정밀 감식과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매년 실화로 인한 산불로 막대한 산림이 불에 타 없어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과 산림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5년간 산불은 총 2,695건, 연평균 496건 발생했다. 불에 탄 면적은 총 3,308㏊로 1년에 평균 661.6㏊씩 소실됐다.


하지만 실화자 검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지난 7일 산림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4.316건으로 이 중 1,792건의 산불 원인 제공자를 검거했다. 검거율은 41.5%에 불과했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실수로라도 산불을 내면 최고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의 처벌을 받거나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산불 실화자를 검거하더라도 방화 등 고의가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 대부분 약한 처벌에 그친다.


실제로 2017년 3월 강릉시 옥계면 산불의 경우 실화자로 판명된 주민 2명이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개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160㏊의 산림이 불에 탔다.


이에 대해 산림전문가들은 “산불의 원인이 81%가 입산자 실화 등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되고 원인 제공자가 불분명해 검거에 어려움이 많다”며 “산불피해가 막대한 만큼 실화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전국 각지에서 성금 모금 이어져


재난·재해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까지 개인과 기업 등을 통해 모은 강원산불 피해 모금액이 180억3,000여 만 원으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금은 유명인사부터 시민들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모아지고 있는데 특히 인천광역시의 최광우씨는 아들의 돌반지를 속초시에 기부하는 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모아진 성금은 산불로 피해를 본 강원도 속초, 고성, 동해 등의 이재민 구호 활동과 피해복구 지원에 사용된다.


주민들은 이같은 지원에 감사한다는 뜻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원인규명과 보상대책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성군 토성면의 김철수씨는 “산불이 나고 전국에서 유명한 사람들부터 신문기자, 방송기자 가 불쑥불쑥 찾아오지만 뭐 좋은 일이라고, 주민들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면서 “관심과 지원은 감사하지만 주민들은 산불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좁은 경로당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제 못자리도 해야하는데 마음은 고맙지만 찾아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빨리 예전의 생활을 돌아갈 수 있을지 같이 해결책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