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자 권한 강화, 누구를 위한 농안법인가?

농업인 출하자 보호위해 농식품부 권한 지켜야

업무규정·평가 등 일방적 개설자 권한 강화 ‘논란’

현재 농안법은 중앙도매시장의 업무규정을 변경할 때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완주 의원이 마련하고 있는 개정안에는 각호의 세부사항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할 사항을 따로 규정했다. 논란은 마련 중인 개정안에 따를 경우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승인이 반려된 ‘공모제’가 개설자의 임의대로 도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 4월 5일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농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발의안에 따르면 중앙도매시장의 업무규정 개정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승인 사항을 시행규칙에서 따로 정하도록 하고, 그 밖의 사항은 신고만으로 업무규정 변경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도매시장의 평가권한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서 개설자로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 업무규정 승인, 농업인 출하자 위한 안전장치


지난 4월 10일 대전 노은도매시장에서는 개설자의 일방적인 행정을 규탄하는 중도매인 집회가 개최됐다. 중도매인들은 주차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소비자 1사람의 민원 해소를 위해 도매시장 대형출하차량의 진출입 동선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또한 저온저장시설을 사용할 중도매인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배정된 예산은 사용해야 한다”는 탁상행정으로 기존 시설의 활용을 제한하고, 화재위험을 키우는 행정에 대한 규탄이다.


특히 대전시의 경우 기존 사업자의 영업을 제한하는 ‘공모제’ 추진으로 많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농업인단체와 출하자단체까지 나서 ‘공모제’의 부당성을 제기했고, 결국 농림축산식품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서울시의 위탁으로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경우 무리한 상장예외품목 도입과 위탁수수료의 상한을 제한하는 등의 행정으로 송사에 휘말려 있다. 특히 수입당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의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행정행위가 잘못된 것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또한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위탁수수료의 최고한도를 규정한 부분에 대해 “상위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법 무효“라고 판결했다. 현재 해당 재판은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이다.


이는 도매시장에 대한 개설자의 탁상행정이 낳은 최근의 논란들이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중앙도매시장의 업무규정 개정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승인권은 출하자 농업인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인식된다.


도매시장의 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역 소비자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도매시장을 이용하는 전국의 농업인 출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업무규정 개정 승인권이 더욱 중요해 보일 수밖에 없다.

 

◆ “2014년 개정,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 위해 평가체계 일원화”


이와 같은 맥락으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평가권도 주목받고 있다. 최규성 의원이 발의한 농안법 개정안은 개설자에게 도매시장법인과 공판장, 시장도매인, 중도매인의 평가권한을 이양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농안법은 도매시장법인과 공판장, 시장도매인의 평가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하도록 하고 있으며, 개설자는 중도매인의 거래실적 및 재무 건전성 등 경영관리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은 해당 농안법 조항이 2014년에 개정된 내용이라는 점이다. 당시 농안법 개정 이유를 살펴보면 “도매시장법인 등에 대한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농림축산식품부장관과 도매시장 개설자로 이원화되어 있는 평가체계를 일원화하고, 그 밖에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이라고 되어 있다.


당시까지 개설자는 도매시장법인의 평가권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행정을 강제해 왔다. 평가점수는 5년마다 이어지는 재지정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도매시장법인은 개설자의 잘못된 행정에 제대로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이 당시의 상황이다.


이는 개설자와 도매시장법인의 행정소송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이전까지 개설자의 잘못된 행정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평가권한이 중앙정부로 이양되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자, 개설자의 잘못된 행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중앙정부의 농산물 유통정책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시작했다.


평가권한을 중앙정부가 갖느냐, 개설자가 갖느냐는 단순한 사항이 아니다. 평가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도매시장의 나아갈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평가권한을 통해 농산물 유통정책이 제대로 펼쳐질 수 있도록 도매시장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또한 농업인 출하자가 소비지 도매시장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객관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평가제도를 통해 도매시장의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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