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호 (사)지역농업연구원 원장

 

2017년 귀농.귀촌 인구가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농촌 소멸의 위기를 느낀 지자체의 적극적 유치 노력과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영농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 귀농가구원 수는 19,630명에 불과하고, 정확히 파악은 안 되지만 이들 가운데 전망을 찾지 못하고 다시 농촌을 떠나는 수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귀농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농업생산인력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후계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외부로부터의 인력 유입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귀농인들이 정착에 실패하여 다시 농촌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귀농인이 농업생산인력으로 정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추는 것이며, 특히 농업생산과 관련된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한 가족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영농기반을 갖추어야 농업생산자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물론 농업소득만으로 생계가 어려울 경우 다양한 경제활동을 겸할 수 있으나 일단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귀농할 때 안정적인 자산을 확보할 만큼의 충분한 자본금을 지참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귀농 후 자신의 노력으로 자산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자는 매우 드문 경우이며 후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문제를 위해 정부는 귀농인들이 생산기반을 마련하도록 귀농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세대당 3억 원까지 융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과정에서 많은 신청자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지원사업을 받더라도 불안정한 농산물가격과 기술 부족 등으로 인해 안정적 자산을 확보(이는 확대재생산을 위한 지속적인 잉여의 발생을 의미한다.)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은 둘째로 치더라도 현 농업인들 가운데 영농 승계자 확보가 일부 대농에 그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가 가장 크다. 부모의 영농 자산을 물려받았을 때 생계가 보장되지 못한다면 누가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는가?

 귀농인들이 개인적 노력으로 농업생산을 위한 안정적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그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공유자산’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농지나 시설 등을 개인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산을 마련하고, 귀농인들이 여기에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 공유자산은 귀농인들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농업인들 가운데 자산이 취약한 중소농이 중심이 될 수 있으며, 귀농인들은 자연스럽게 여기에 같이 참여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구체적 형태로는 일본의 ‘집락영농’이 모태가 된 ‘마을영농’이 될 수 있다. 마을영농은 농지와 농기계, 시설 등의 집적을 토대로 소유는 개인이 하되, 이용은 공동으로 하여 단일한 경영체계를 이루는 모델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노동생산성 향상, 농지의 보존 및 활용도 제고, 마을영농의 복합화 및 6차산업화, 마을공동체 활성화 등 다양한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눈에 띠는 것은 귀농인들이 마을영농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영농활동을 함으로써 개인 소유의 자산이 부족하더라도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젊은 인력의 경우 마을영농의 중심 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젊은 인력들이 마을에 안착하고, 노동 기술과 더불어 농업생산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마을영농 시범사업을 추진했던 경상북도에서 후속사업으로 청년 귀농.귀촌인 유입을 위한 마을단위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모델은 다른 분야에도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경북 예천의 지보참우는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사육농가들에게 공동축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정한 규모와 자본력이 확보되면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축산농가에게 가장 큰 부담인 초기 투자비용을 공유자산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가공사업 분야에서도 눈여겨볼 만 한 사례가 있다. 농민가공센터를 통해 처음 가공사업에 참여하는 농가들에게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은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전북 완주군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정한 성장 여건을 갖추고 독립적 시설을 원하는 가공사업자들을 위한 가공사업 단지를 조성.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자체가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고(물론 임대 형식이 될 것이다.) 개인은 필요한 기계만 갖추게 함으로써 과도한 투자 없이 독립적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위 사례들의 공통점은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농이나 귀농.귀촌인들이 생산기반 확보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유자산(농지 및 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안정적 정착(농업생산 자산의 형성)을 위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개별 농가의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조직화를 통한 공동대응, 즉 비용의 절감과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점이다. 귀농.귀촌인뿐만 아니라 우리가 목표로 하는 가족농(자신의 자산과 노동력으로 자립경영이 가능한)의 안정화를 위해서도 자산 형성의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며, 그 방법의 하나로 공유자산을 이용하는 조직화 영농의 유용성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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