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목표가격.직불제 개편 놓고, 정부-국회간 ‘책임 떠넘기기’

농민단체, “대안없이 변동직불금 폐지하는 직불제는 개악”

쌀목표가격과 직불제 개편안 등 농업계 최대 현안이 함축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작업이 농식품부와 국회의 ‘핑퐁게임(떠넘기기)’에 해법이 오리무중으로 치닫고 있다. 국회 담당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서 조차 여야간 정쟁사안으로 분류되고 있어, 중반에 돌입한 문재인정부 농정 성패여부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4일 현재까지 농해수위 최대 숙원 사안인 변동직불금 지급을 위한 정부 발의 쌀목표가격 변동 동의안과, 의원 발의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 8건이 모두 소위에 남게 됐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쌀목표가격과 직불제 개편을 함께 다루고자 했던 계획이, 야당의 반발로 정쟁사안으로 분류되면서 답을 못찾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의원 발의로 대표되는 농업소득보전법 당정협의 개정안은 표면적으로 쌀목표가격 19만6천원에, 쌀 고정?변동직불금과 밭 고정직불금, 조건불리직불금을 통합하고 작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의 기본입장인 셈이다. 직불제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는 내용이 야당과 정면대치하고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야당측이 발의한 해당 법률 개정안은, 정의당 윤소하의원의 22만3천원(80kg들이)에 직불금 수급자 보호대책 포함 건, 민평당 김종회의원의 24만5천원에 목표가격 조정기간 3년 단축 건, 바른미래당 박주현의원의 영세농가 고정직불금 2배 인상에 변동직불금 폐지 불가 입장 등으로 정리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소득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30%인상 반영된 현실적 목표가격을 제시할 때까지 한치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정부와 국회간의 ‘떠넘기기’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지난 25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원들은 쌀목표가격과 직불제 개편을 모두 한몫에 묶어 국회에 떠넘기는 정부의 무리한 요구가 오히려 현안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회의원은 “최저임금 30% 상향에 맞게 쌀목표가격은 24만5천원이 마땅한데, 정부는 예산 확충 운운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목표가격과 직불제 개편을 별개로 다룰 것과, 재원확충 문제와 연관된 변동직불금 존립 여부 등에 대해 재논의할 것을 정부측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어떤 경우든 쌀 자급 무너지는 경우는 방치하지 않는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국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다루는데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공을 넘겼다.


이미 농해수위 여야측은 쌀목표가격에 대해 변동직불금이 발생되는 21만1천원선에 근접한 의견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을 감안할 때, 변동직불금을 풀어야 농가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의견이 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익형 직불제를 표방하면서 변동직불제를 동시에 폐지해야 한다는 농식품부의 계획이, 목표가격을 결정하는데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농가들을 설득시키고 공익형직불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최소 3조2천억이상의 예산이 확충해야 한다. 농식품부 입장에선 이러한 분석결과까지도 국회에 도움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정부를 상대로 목표가격 상향조정이나 직불금 예산확보 등을 재촉구하는 상임위와, 이미 정부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국회가 담당하고 여기서 나오는 결정안을 갖고 예산관련 부처에 얘기하겠다는 농식품부의 책임 떠넘기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농업계 입장은 곱지 않다. 농민단체들은 최근 거듭 회의를 갖고, “정부가 겉으로는 직불제 개편을 얘기하지만 이미 올해 변동직불금 예산을 3천240억원 삭감하는 등 예산을 줄이겠다는 뜻에 불과하다”면서 “쌀값보장을 위한 공공수급제, 농민수당제, 직불금 수급자를 명확히 하는 농지법 개정 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는 상태로, 농가입장에선 개악으로 단정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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