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기능 저하 위험 최대 2.8배 달해

살충제와 농약에 많이 노출되면 치매 전단계인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최대 2.8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고상백 교수팀은 2005년부터 현재까지 14년여에 걸쳐 농업인 코호트 연구(추적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사회 주민 3,162명 중 169명을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농약 노출과 인지기능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체 코호트 대상자 중 51∼84세까지 169명을 무작위로 뽑아 1대1 면담을 거쳐 각종 검진과 함께 인지기능 평가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직업적으로 농약 노출이 잦은 농업인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일반인에 견줘 인지기능 감소 위험이 2.44배 높았다.


또 농약 노출 강도가 심한 고위험군인 상위 50%는 저위험군인 하위 50%보다 인지기능 감소 위험이 2.78배 높았다. 농약 노출 누적 강도에 살포 기간 등을 합산한 ‘농약 누적 노출지표’도 고위험군의 인지기능 감소 위험이 저위험군보다 2.43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농약 노출과 인지기능 저하의 이런 연관성은 그동안 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프랑스의 한 연구팀은 2011년 직업환경의학회지에 614명의 농장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농약에 심하게 노출된 농업인이 그렇지 않은 농업인보다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칠레 연구팀도 지난 2017년 농업인을 농약 노출 정도에 따라 직접 노출(32명), 간접 노출(32명), 비노출(32명) 3개 그룹으로 나눠 인지기능을 비교 평가한 결과, 직접노출-간접노출-비노출 순으로 인지기능이 낮았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신경독성·기형학’에 게재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급속한 고령화 사회의 사회문제 중 하나로 지목되는 치매 발생에 농약 노출이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고 해석했다.


고상백 교수는 “직업적으로 농약에 노출되는 농업인의 경우 호흡기나 피부를 통한 흡수를 막기 위해 보호구와 방제복을 꼭 입어야 한다”면서 “만약 살충제에 노출됐다면 작업을 중지하고, 노출 부위나 신체를 세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농도로 노출돼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심박동수 저하 등의 급성 중독증상이 나타난다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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