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고집으로 40년째 농사짓고 있지요”

20대부터 낙농, 화훼 등 다양한 농사 경험

친환경농법에 매진 …신지식인농업인 선정

임채영 한국농촌지도자경상북도연합회 감사

 

경상북도 성주군은 전국 참외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옛날부터 일조량이 높고 땅이 비옥해 참외의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임채영 한국농촌지도자경상북도연합회 감사는 신지식농업인으로 지역에서 가장 먼저 참외 수확을 시작하는 등 남다른 기술력으로 최고의 참외를 생산하고 있다. 그는 한때 농업환경 변화와 자연재해로 큰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오로지 농업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해냈다.

 

■ 연이은 폭설로 농사실패 겪어


“내 이야기 하면 진짜 파란만장했다고 할 것 같은데요?”
임채영 감사(66)가 농업을 시작한 것은 군 제대를 하면서다. 이후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농업인으로 살고 있다. 그는 그 세월동안 목장을 20년간 운영했고, 열대작물인 아레카야자도 키웠다. 또 성주군의 원조 특산물인 수박농사도 짓다가 지금은 참외농사에만 매진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목장을 시작해 20년간 했는데 젖소를 30두까지 키웠어요. 1989년에는 성주군에서 처음으로 연동하우스를 지었는데 폭설로 폭삭 내려앉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엉성하게 지었지요. 이듬해 복구를 했는데 또다시 폭설을 맞고 망연자실 했어요.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그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많은 것을 잃고 어쩔 수 없이 열대식물인 아레카야자를 재배에 도전했다. 하지만 아레카야자를 하우스 천정에 닿을만큼 잘 키웠지만 정부가 규제를 하는 바람에 판로를 잃어버렸다. 당시 형수가 꽃매장을 하고 있어 납품을 해보려고 했지만 거기서도 도저히 못 팔아서 다 갉아 엎었다.


“화훼를 하면서 설치했던 기름탱크도 다 다른 사람 줘 버렸어요. 그때는 기름파동이 와서 김천역에 드럼통을 싣고가서 기름을 받아오는 시절이었어요. 그때 목장도 처분하고 참외로 눈을 돌렸어요. 지금은 오로지 참외만 하고 있어요.”  


이후 그는 성주군 친환경농업인회장, 농촌지도자성주군연합회장, 새농민회경북도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성주농업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또 참외농사에 친환경농업을 도입해 2001년에는 새농민상을 수상했고, 2002년에는 신지식농업인에 선정되는 등 성주참외의 고품질화에 앞장서고 있다.

 

조인호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인력육성팀장(왼쪽에서 두 번째)와 김성희 성주군농업기술센터 인력육성계장(맨 끝)과 함께.

 

■ 천혜녹즙 직접 만들어 직접 뿌려


그는 지금 3,500평의 면적에서 친환경으로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 또 다른 농가에 비해 빨리 출하를 하는 등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성주가 참외로 유명하지만 한 40년전에는 수박이 대세였어요. 우리 동네 대가부터 벽제, 초전까지 성주에서 생산되는 수박은 지금으로 치면 가락시장인 농산청과에 납품을 했했어요. 근데 수박은 한 번만 수확하면 끝이라 돈이 안됐어요. 그래서 참외로 많이 돌아섰어요.”


지금은 농사기술이 좋아져 참외가 사계절 출하가 되고, 설명절을 겨냥해서 따는 사람도 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성주참외는 겨울에 눈이 많이 안왔고 흐린날이 적었던 탓에 당도가 높고, 품질이 굉장히 좋다고 한다. 참외값은 빨리 따는 만큼 양이 적긴 했지만 설 바로 전에는 10kg에 12~13만원까지 받았다고 한다. 3월 중순이 되면 참외값은 또 올라가고, 4월 넘어 5월에 홍수 출하가 시작되는 흐름을 보인다고 한다.


“나는 PLS가 겁이 안나요. 화학비료하고 농약을 안써요. 다른 사람들은 시중에 파는 영양제를 사서 쓰지만 나는 다 만들어서 써요. 당귀, 계피, 청양고추, 막걸리 등을 액비로 천혜녹즙을 만들어 엽면시비를 해요. 사람이 먹어도 되고, 1년은 숙성을 시켜야 해서 지금도 집에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요. 완전 숙성이 됐을 때 2차 발효를 시키는데 남들처럼 농사 짓기 보다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서 고수하고 있어요,” 

 

■ 남들보다 늦게 수정하고 빨리 수확


임채영 감사가 고수하는 방법은 한 가지 더 있다.
그는 보통 참외재배 농업인들보다 10~15일 정도 늦게 수정을 시키고, 37일 전후로 수확을 한다. 보통 농가들이 55일 전후로 수확을 하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효율적인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술적인 부분은 공개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기존 농법대로 해보니 겨울에는 모양도 안 좋고,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7년정도 연구를 했는데 내가 공개를 해서 혹여 다른 농가들이 잘못되면 안되니까 공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누구든 공부하고 노력하면 좋은 참외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는 스스로를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적기에 농사를 짓고, 적기에 농사를 끝내는 것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에 대한 애착이 강한데 자식들을 키울때도 라면이나 인스턴트를 먹이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몸에 해로운 것을 먹이지 않는 것처럼 농사도 똑같은 마음으로 하고 있다.


“우리집은 지금도 GMO 때문에 카놀라유는 안 먹어요. 또 농사는 보통 6월에 끝내고 가을까지는 안해요. 나처럼 접는 사람이 있어야 오래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서리 오기전까지 따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땅도 쉬어주어야 내년 농사도 잘되기 때문에 3개월은 쉬면서 농사준비하고 9월말부터 시작해요.”

성주군농업기술센터의 저급 참외 수거 현장에서

 

■ 농업기술센터의 폐참외 수매 감사


참외 수확이 시작되면 열과나 물참외가 참외하우스 이랑 등에 버려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장마철 배수로를 통해 하천에 유입되면 미관을 해치고 부패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에게 참외농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도 있다.


그는 몇 년전부터 성주군농업기술센터가 시행하고 있는 폐참외 수거와 미생물 배양 사업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참외는 열과나 물참외가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옛날에는 대부분 이랑에 다 버렸는데 이게 환경오염을 많이 시켰어요. 농업기술센터가 이런 참외를 수매해서 미생물로 만들어서 농가에 공급하니 얼마나 좋아요.”


성주군농업기술센터는 2015년부터 친환경 미생물 배양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재료인 폐참외를 1kg당 700원에 수매를 하고 있다. 농가입장에서는 처리하기 까다로운 폐참외를 돈을 받고 팔 수 있어서 좋고, 친환경 액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1석2조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생물은 저렴하게 농가에 판매되고 있는데 참외포장에 토양관주 할 경우 1동(200평) 기준 혼합균 2리터를 500배액으로 희석해 사용한다. 또 면역체계 개선과 생육증진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뉴스에서 보니까 성주군은 참외농사로 1억이상 버는 농업인이  4,000명이 넘는다고 해요. 이런 숫자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농업인들이 참외농사를 잘 짓고, 성주군하고 농업기술센터가 참외농사에 맞는 지원을 하기 때문에 나와요. 농가들 입장에서는 고맙지요,”

 

■ “자식 키우듯이 참외 키워낼 것”


그는 지금 지역의 귀농인들에게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자신도 천년만년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농업에 뛰어든 젊은 농업인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한다.


“우리 동네에도 귀농자들이 있어요. 40대 초반의 여자분이 5년째 나한테 참외농사를 배우고 있어요. 아버지 고향이 성주라서 성주에 정착하려는 친구인데 정말 귀찮을 정도로 찾아와서 물어봐요. 그러면 안 알려줄 수 없어요. 얼마나 예쁘게 보입니까. 또 그 친구는 서울에서 왔다갔다 하는데 기존 참외농가보다 소득도 높아요.”


농사를 짓는 사람은 원칙과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철칙이다. 특히 일이 있든, 없든 농업인은 직장인들이 회사에 출근하듯이 밭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농사도 노력하는 사람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 원칙은 자신과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자식 키울 때 예뻐하면서 좋은 것 먹이고, 좋은 말 해주고, 좋은 것 가르쳐주는 것처럼 농사도 늘 옆에서 좋은 마음으로 있어야 해요. 우리 농촌지도자회원들도 앞으로 즐겁게, 안전한 농산물 키워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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