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숙원 중 하나가 농업회의소 설립이다. 농업과 농촌이 위축되면서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할 기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의원 선거를 거듭할 때마다 농촌지역구는 점차 사라졌으며, 비례대표에서도 농업부문은 한참 뒤로 밀려났다. 민의 대변기관인 국회에 ‘농민의’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한둘에 그치는 형편이다.


농어업회의소는 농어업인의 요구와 주장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돼왔다. 농업회의소를 운용하는 외국의 사례도 순기능이 확인된다. 나라별로 차이는 있으나, 대개 전체 농업인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하고 각국 정부의 농정파트너로 활약하며 협치 농정을 일구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우리도 이러한 기능에 주목하면서 농업회의소 설립을 추진했다. 농업회의소 시범사업은 2010년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상부기구를 먼저 만들고 내리먹이 식으로 지역 회의소를 설치하는 방식은 처음부터 지양됐다. 기층부터 차근차근 상향식으로 설립해가자는 뜻에 따라 시·군별, 일부 광역시 차원에서 농업회의소 시범사업이 펼쳐졌다.


시범사업 10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지역별로 사업완성도에 편차를 보이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지방자치단체와 농업인단체 간 협력과 알력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농업회의소의 존재감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상향식 조직화의 강점 이면에는 자칫 중구난방이 될 수 있는 단점이 도사리고 있다. 시범사업을 면밀히 피드백하며 곱씹어야 할 까닭이다.


무엇이든 ‘큰 틀’을 제시하는 일은 중요하다. 농업회의소가 농업인의 대의기구로, 농정수립의 파트너로, 효율적인 농정집행과 지역자치의 첨병으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일으켜 세우고 걸음마에 손잡아줄 존재’가 필요하다. 그 존재는 바로 정부와 국회다. 법률과 예산이라는 큰 틀을 농어업인과 함께 마련해야 할 존재가 그들이다.


농업회의소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한 이완영, 손금주, 김현권 의원과 여야 의원 12인, 농어업회의소 전국회의,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와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등이 3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농어업회의소법 즉각 제정’을 촉구했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더는 미루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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