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전무이사

 

최근 정부의 쌀 재고량이 감소함에 따라 향후의 쌀 수급관리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 눈치이다. 그러나, 쌀이 주식과 가공식품용 등 식량으로 소비되는 양이 연간 360만톤 수준인데 비해 국내생산량과 의무수입량을 합친 공급량은 430만톤 수준으로 해외원조 등을 고려하더라도 연간 약 60만톤 이상의 공급초과가 예상되며 이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쌀 소비대책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사료용 쌀이 정부의 재고관리를 위해서는 유용한 수단이 되었지만 이는 심각해진 과잉재고량을 처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일시적인 대책이지 정상적인 쌀 소비대책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도된 바와 같이 2018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로 전년보다 0.8㎏ 감소하여 매년 감소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으며,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소비하는 일본과 대만의 2016년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각각 54.4㎏,  44.4㎏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지속 감소할 것이 예상된다.

 

2018년 국정감사를 통해 공감하였듯이 쌀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가공식품의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방향은 정해졌고 방법을 찾는 문제만 남아있는 셈이다.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금년도에 수립 시행되는 ‘제2차 쌀가공산업육성 5개년계획’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쌀가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육성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5개년계획과 같은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목표를 설정하여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자는 데 있다. 무엇보다도 쌀의 수급상황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토대로 설정된 추진방향에 따라 지속가능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양곡재고량의 증감에 따라 식품원료로서의 가공용쌀 공급정책 등이 근시안적으로 오락가락 한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행 가공식품용 원료쌀 공급정책의 효과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도해 나가면서 한편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아울러 고민해야 할 때다. 주정용을 제외한 가공식품용 쌀 소비량이 2016년 436천톤에서 2017년 492천톤, 2018년에 568천톤으로 연평균 15.1%로 대폭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식품원료로서의 쌀 지원정책에 힘입은바 크다. 원료 대체관계에 있는 밀식품과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행 가공용쌀 공급정책이 유지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산업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장기적으로 국내산 쌀을 이용한 쌀가공식품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침 쌀 직불금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이때 가공용쌀 생산단지에 대한 지원방안을 함께 검토할 적기이다. 밀가루에 비해 4∼5배 비싼 현행 국내산 쌀 가격을 고려할 때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이 경쟁력을 갖추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미 조성된 들녘경영체 등을 중심으로 가공용쌀 생산단지를 조성하여 직불금을 지원하고 수출용 가공식품의 원료로 공급될 경우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이미 직불금제도를 전면 개편하여 가공용쌀 생산농가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보조금(2016년 기준 10a당 2.9만¥의 직접지원교부금 지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지자체 별로 고품질 가공용 쌀 생산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추가지원을 하고 있다(사례 : 소주제조회사 등 수요자 요구에 대응한 고품질 쌀 생산시 24,500¥/10a 지원).

 

쌀은 우리 농업의 중심이고 농촌을 유지하는 근간이며, 쌀식품은 우리의 전통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고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있는 건강한 식단을 제공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쌀농업은 반드시 우리가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나가야 할 과제이며 쌀가공산업의 활성화가 주요한 수단임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부터 추진한 ‘제1차 쌀가공산업육성 5개년 계획’ 추진결과 쌀가공식품산업의 규모가 2016년에 4조 3천억원 정도이던 것이 2018년에는 4조 9천억원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이를 토대로 제2차 5개년계획에서는 쌀 소비 확대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전략방안이 제시되어 쌀가공산업의 중흥기가 도래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