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경로가 많다고 가격이 높아지지 않아”

제주감귤 산지-소비지 감귤유통 활성화 워크숍

“공영도매시장의 경매가격은 무엇보다 농산물의 모든 판매경로에서 결정하는 거래가격의 기준가격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한국 도매시장은 경매비율이 80% 수준으로, 경매가격은 모든 농산물 거래가격의 기준가격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도매시장 경매가격을 지지하는 것은 협동조합이 농민 조합원들의 제값받기 전략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지난 3월 27일 제주 서귀포에서는 농산물 제값받기 실현을 위한 ‘산지-소비지간 감귤유통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 ‘제주 감귤 생산 및 유통 현황과 시사점’을 발표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선임연구위원은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서 제주 감귤은 전량 상장경매되고 있다”면서 “특히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감귤 경매가격은 전국의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전국 도매시장으로 출하되는 감귤 중 가락시장으로 출하되는 물량은 5만4,000톤 내외이며, 이는 전체 도매시장 출하량의 38% 수준이다. 가락시장의 감귤 반입량은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체 출하량의 90% 이상이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12월 반입물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도매시장별 출하비중은 대구북구시장 15%, 경기 구리시장 12%, 서울강서시장 7%, 대전오정시장·부산엄궁시장·광주각화시장이 각각 6%, 인천구월시장이 5%를 차지하는 있다. 또한 지방시장의 경우 선호되는 감귤의 사이즈가 달라, 전속거래 형태로 출하가 이루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유통업체들은 농협과 감귤농협, 산지유통인(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에게 납품코드를 부여하고, 이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벤더관리전략(경로관리전략)으로 직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이때 납품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가락시장 경락가격을 참고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대형유통업체와의 직거래는 중간 유통마진에 포함되는 직접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지만, 줄어든 유통비용이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대형유통업체들은 벤더로 지정된 산지 생산자조직간 납품경쟁을 유도하고, 납품단가를 최소한으로 낮추는 거래교섭력을 발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유통업체는 스스로 소매마진을 책정하기 때문에 줄어든 유통비용까지 흡수하는 수익 극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통비용 축소가 곧, 생산자·소비자 후생은 아니다”


“협동조합의 경제사업은 공동판매를 통한 제값받기”


프랑스의 경우 대형유통업체들이 도매단계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80% 이상의 농산물을 취급하는 독과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산물 소매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농가들이 제값을 받지 못해 빈번하게 제값받기 시위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정부는 매장마다 구매단가와 판매단가를 병행 게시하도록 하는 ‘동시가격표시제’ 등 유통명령제를 발령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프랑스의 사례는 농산물 기준가격 역할을 하는 산지시장과 도매시장이 취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농산물 제값받기를 위해서는 청과물 유통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도매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유지해야 한다. 도매시장, 특히 가락시장의 경락가격이 모든 판매경로의 거래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농산물의 판매경로를 다양화 시켜 출하자의 선택 범위를 넓혀야 된다는 주장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산지에 산지유통인(수집상) 숫자가 많고, 공동판매할 수 있는 생산자조직(농협, 영농조합 등)이 많다고 해서 농가의 판매가격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또한 도매시장의 도매상 숫자가 많다고 해서 도매시장의 거래가격이 높아지지도 않으며, 소매시장에서 소매점이 무수히 많다고 해서 농산물 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김 위원은 “가락시장의 경매가격을 높이는 것은 곧 대형유통업체와의 직거래 납품가격에 반영되어 농가판매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농협에서는 가락시장을 비롯해 전국 도매시장의 경매가격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전략적으로 시장별로 최고가격을 형성하는 브랜드 농산물 출하 농협들에서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산물의 등급과 품위를 높여 경매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