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 조합원 자격박탈 논란 가열

공동사육 참여기록만으로 실제 양축농가 제명

허술한 사육 실태조사에 엉뚱한 피해자 발생

조합, "매년 실태조사 실시. 보고했지만 지적 없었다"

안양축협 조합원 자격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안양축협 앞에서 조합원 자격 회복 및 임원진 전원사퇴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3.13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끝났지만 일부 축협에서 불거진 ‘무자격 조합원 자격박탈’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다. 충분히 조합원 자격이 있지만 조합원에서 제명 처리된 피해자가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무자격 조합원 자격박탈’ 조치로 가장 많은 조합원이 제명 처리된 안양지구축산업협동조합(이하 안양축협)의 사례를 심층조사, 정부와 안양축협이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짚어봤다.


하루아침에 조합원 자격 박탈

“하루아침에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했습니다. 실제 양축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조사된 가축사육 실태조사 자료만으로 조합원 자격을 잃은 것이 원통합니다.”


‘안양축협 조합원 자격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정진화 위원장(한국농촌지도자군포시연합회장)은 한달여전만해도 안양축협의 조합원이었고 감사직을 맡아 성실히 수행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모두 박탈당했다.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공동사육장 참여 조합원 자격정리’ 지침을 전국 농·축협 지역본부와 조합에 하달했고, 공동사육장에서 위탁사육을 하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조합원들을 최근 제명 처리했다. (본지 2019년 03월 18일자, 1247호 신문 참고)


공동사육장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급격한 도시화로 농지가 사라져가는 도시권에서 축산업을 유지하기 힘들었고, 또 고령화로 더 이상 축산업을 유지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지난 2012년부터 공동사육장에 소 2마리 이상씩을 위탁사육하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해왔다.


악의 있는 행위가 아니었고, 또 조합에서 이러한 조합원 형태를 독려했다고 했을지라도, 공동사육장에서 일괄 위탁사육을 하는 형태는 개인조합원으로 될 수 없다는 농식품부의 지침이 나온 이상 조합원 유지를 할 수 있는 명분은 없다. 이러한 형태를 인정해줄 경우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회사원 등이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이로써 실제 양축농가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입장이다.


이러한 농식품부의 지침으로 안양축협의 경우 조합장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2월 25일, 961명 중 518명이 무더기로 자격이 상실됐다. 자격 상실된 조합원 중에는 정진화 위원장도 포함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정진화 위원장은 지난 11일 안양축협 앞에서 조합원 자격 복원과 임원진 퇴진을 요구 집회를 열고 삭발시위를 벌였다.

 

공동사육장 참여 기록만으로 ‘제명’
실제 양축하는 사육기록 반영 안 돼

그런데 무자격 조합원으로 제명된 이들이 여전히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진화 위원장의 경우 지난 2012년 안양축협이 공동사육장을 처음 시작할 당시 함께 참여했던 것은 사실이다. 조합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니 조합원의 독려를 위해 동참했다는 것. 그렇게 공동사육장에서 2~3년간 소를 키워 출하했고, 그 이후에는 추가로 입식을 하지 않았다.


이후 정 위원장은 자신이 그동안 키우던 흑염소 사육에 집중했다. 또한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위치한 자신의 농장에 2016년부터 송아지도 2마리 입식해 함께 키웠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지역축산산업협동조합 조합원의 가축사육기준은 소 2마리, 착유우 1마리, 돼지 10마리, 양 20마리, 사슴 5마리, 육계 1,000마리, 염소 20마리 등이다.


정 위원장은 염소 54마리, 한우 2마리 등을 사육하고 있다. 이에 조합원 기준에 충분히 성립됨에도 무자격 조합원으로 제명 처리됐다.


실제 양축을 하는데도 공동사육장에 참여했었다는 기록만으로 제명 처리된 사례는 정 위원장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정 위원장이 확인한 조합원만 해도 안양축협에 13명 정도 된다.


정 위원장은 “조합원 자격이 충분한데도 안양축협의 경우 공동사육장에 참여했다는 기록 하나만으로 일괄 제명 처리됐다”며 “조합원 실태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러한 억울한 피해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진화 위원장이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농장에서 직접 키우고 있는 소를 바라보고 있다.

 


“안양축협 조합장·임직원, 제명 알면서도 쉬쉬…직무유기했다”

정 위원장은 축산농협안양연합사료에서 최근기록인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약 3,400만원의 사료를 구매한 내역도 있고, 한우 개체이력제도 가지고 있어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다면 증빙을 하면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정 위원장 등 제명된 안양축협 조합원들에게 소명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2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회 주장에 따르면, 안양축협 조합장과 임직원들은 농식품부로부터 2018년 11월 무자격 조합원들을 정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사전예고나 공문을 보내지 않고 쉬쉬했다.


또한 농식품부가 농협중앙회에 2019년 1월 8일 ‘공동사육장 조합원 자격상실’이라는 전자게시를 했고, 안양축협에는 2019년 2월 8일까지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조합장은 임원회의에서 ‘농식품부에서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라고 내려온 것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 내가 중앙회 이사니까 책임지고 처리할 테니 걱정 말고 기다려라’고 안심시켰다는 것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이다.


정 위원장은 “책임질 테니 믿고 기다려달라는 조합장의 말을 믿고 기다렸는데, 소명서 제출기한인 2월 26일 전날인 25일에 제명 처리됐다”면서 “자격상실이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결산총회(2월 20일)전에 자격상실 처리를 하면 조합원에게 환급해주어야 할 출자금과 사업준비금이 꽤나 크기 때문에 결산총회 전까지 조합원들을 안심시키고 총회 후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평생을 농축산인으로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만 전념해왔는데, 그런 우리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축협이 앞장서서 우리에게 무자격 조합원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조합장 투표권마저 빼앗아 버렸다”며 “오명을 벗고 자격을 회복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안양축협 조합장에 대해 직무유기, 허위사실 유포로 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정진화 위원장이 키우는 염소들.

 

농식품부·농협중앙회, “자의적 해석으로
조합원 정리하지 않은 것은 조합의 책임”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접 운영하지 않는 공동사육장 위탁사육은 농협의 설립목적에 부합하지도 않고, 이러한 선례가 생기면 실제 양축농가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인정해줄 수 없다”고 못 박은 뒤, “최근에 몇몇 조합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공동사육장 참여로 당연탈퇴 처리가 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지, 농협법에 따라 애초에 공동사육장 참여 조합원은 자격이 안 되는 것”이라며 “농식품부는 지속적으로 지침을 통해 이러한 방향을 제시해왔고, 조합에서도 매년 조합원 가축 실태조사를 통해 무자격 조합원에 대해 ‘당연탈퇴’ 조치를 내렸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동사육장 참여를 조합원을 7년 동안 당연탈퇴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해당 조합의 불찰”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회원종합지원부 관계자는 “최근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어 지난해 한 축협을 대상으로 실태파악을 해보니 공동사육장에 참여 조합원의 자격여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이와 관련된 공문을 1월에 조합으로 내려 보낸 것”이라면서 “그동안 자의적인 해석으로 공동사육장 참여 조합원을 정리를 하지 않은 것은 해당조합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합장, “쉬쉬하지 않았다…
조합원 원상복구 시키는데 최선 다해”

이번 동시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돼 연임한 안양축협 손연식 조합장은 “급격한 도시화로 축산기반이 사라진 조합원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공동사육장을 운영해왔다는데, 이 일로 조합원들이 절반가량이 정리가 돼 마음이 편치 않다”고 심경을 전한 뒤,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보고하고 있는데 그동안 농식품부나 농협중앙회에서 별다른 지적이 없었고,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때도 아무문제 없이 공동사육장 참여 조합원들도 선거에 참여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동사육장에 참여한 조합원들도 자격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공동사육장 참여 조합원들이 무자격 조합원으로 정리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현재 거론되는 일들에 대해 누명 아닌 누명을 쓰고 있어 답답한 부분이 크다. 그 큰일을 내가 숨긴다고 숨겨지겠나”고 토로했다. 조합장은 “지난 1월 11일에 공동사육장 참여 조합원을 정리하라는 공문을 받고서 공동사육장 참여 조합원이 정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조합원이 정리될 것을 이미 알고서도 쉬쉬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조합장은 “공문을 받고서 이 문제를 인지해 즉시 임원들에게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지역 국회의원을 찾아가 공동사육장 민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도시화로 더 이상 축산업을 영위할 수 없는 조합원들을 위해 진행된 공동사육장이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지난 1월 25~26일 농협중앙회에서 실태조사를 나왔을 때도 별다른 지적이 없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2월 25일까지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다는 통보가 내려왔고,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는 것은 의결사항도 아니고 보고사항이니 하루빨리 정리·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조합장으로서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조합원들을 원상복귀 시키려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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