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판매원칙 폐지 등...농안법 개정의견 제시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기자간담회 ‘논란’

“수탁판매원칙을 폐지(도매시장법인 매수금지 폐지) 하고, 청과부류와 수산부류로 구분되어 있는 도매시장법인의 부류별 지정제도 폐지해야 한다. 하역비, 장려금 등 도매시장 내 각종 비용규정을 없애고, 거래관계자 간 협의를 통한 자율시행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농업인의 이익침해 금지를 전제로 도매시장법인의 산지판매업무를 허용해야 한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지난 3월 18일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박상호 회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 회장은 “회원사간, 특히 가락시장의 화합과 소통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협회의 목적과 역할에 대해 “친목단체”임을 수차례 강조하며, “회원사간의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또한 최근 업무상횡령으로 약식기소된 지방 회원사의 도덕성 논란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로 불거진 가락시장 회원사간의 이해(利害) 상충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각자 알아서 해야 할 문제”, “화합하면 된다”는 말이 되풀이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락시장 담합여부 조사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인단체, 하역노조 등은 의견서를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가락시장을 변호했다. 그러나 특정 업체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에 나서면서 가락시장을 변호했던 노력들을 무색하게 했다. 현재는 과징금을 납부한 도매시장법인 3곳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향후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민사소송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회원사간 이견, 정제되지 않은 농안법 관련 의견


배포된 기자간담회 자료의 내용도 심상치 않다. 그 동안 농업인단체가 도매시장법인을 지지했던 이유는 공영도매시장에서의 이해관계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포된 자료중에서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 관련 개정 필요 사항’의 일부는 농업인단체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내부 회원사간에도 이견을 보이며 정제되지 않은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신임 협회장의 첫 기자간담회 자리였다는 점에서 해당 내용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우선 ‘수탁판매원칙 폐지’(도매시장법인 매수금지 폐지)가 담겨있다. 수탁판매원칙은 농업인 출하자가 수탁한 농산물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원칙이다. 그 동안 농업인단체는 수탁판매원칙을 상장예외품목 확대와 가락시장 시장도매인 도입의 반대 명분으로 내세워 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락시장의 상장예외품목 지정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수탁판매원칙은 중요 논제이다. 또한 도매시장법인이 상장예외품목 및 시장도매인과 구분되는 뚜렷한 지점이 ‘수탁판매원칙’이다.


간담회 이후 해당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를 받았다. 추가자료에 따르면 “위탁(도매시장법인 수탁)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물량수집이 어려운 경우가 있고...대규모 도매시장에서 중소규모 도매시장으로 전송공급이 많아지게 되면 유통단계와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농산물의 수급 불안문제가 발생해도, 도매시장에서는 수탁판매원칙으로 인해서 적극적인 시장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탁판매의 원칙을 폐지해야 된다”라고 되어 있다.

 

부류별 지정 폐지는 '과욕'... '자승자박' 우려


‘도매시장법인 부류별 지정제 폐지’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청과+수산’, ‘청과+화훼’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는 자료에서 “해당 규정으로 인하여 복수 부류를 취급하지 못함”, “도매시장이 활성화를 위해 부류별지정제 폐지 검토가 필요”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매시장법인의 각 부류별 지정은 전문성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도매시장법인의 전문성은 기존 도매시장법인의 퇴출을 방어하고, 공모제 등의 신규진입을 차단하는데 일정부분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또한 청과부류는 농림축산식품부, 수산부류는 해양수산부로 각각의 담당부처를 가지고 있다. 농업인 출하자와 어업인 출하자, 각 부류별 유통구조 등 전혀 다른 분야이다. 적어도 현재시점에서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류별 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도매시장 본래의 기능보다는 ‘대형마트化’에 대한 욕심으로 보일 뿐이다.

 

"출하 및 판매 장려금의 균일화 노력이 우선"


하역비와 장려금 등 도매시장내 각종 비용관련 규정의 폐지도 주장했다. 특히 하역비와 관련해서는 ‘소유자 부담 원칙’을 주장했다. 소유자 부담 원칙에 따르면 하역비는 출하자 부담이며, 배송비는 중도매인 부담이다. 도매시장법인은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하역비 문제에서 제3자가 된다. 그러나 ‘+@’ 개념으로 하역비가 위탁수수료에 녹아있는 가락시장이나, 농업인 출하자를 위한 하역서비스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논란을 피할 수 없는 주장이다.


장려금의 경우 “관련 규정을 완전 폐지(개설자 업무규정에서도 삭제)하여, 당사자간 1대1 거래관계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완납)장려금과 출하장려금의 경우 극심한 비대칭이 존재한다. 2017년 기준으로 도매시장법인이 중도매인에게 지급한 판매장려금은 910억원(지급대상 중도매인 8,000여명)이다. 이중 가락시장에서만 235억원(중도매인 1,300여명)이 지급됐다. 반면, 출하장려금은 809억원(가락시장 186억원, 지급대상 출하자 20여만명)이다.


현재도 중도매인은 1대1 거래관계에 따른 장려금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 출하자는 규모화된 출하조직 이외에는 출하장려금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려금 규정의 폐지 주장에 앞서 출하장려금과 판매장려금의 균일화에 대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농업인단체와의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도매시장법인의 산지판매업무 허용을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도매시장법인이 산지 농업인 출하자의 업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산지유통업무의 허용을 통해 산지유통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정책연구실장은 “신임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장의 간담회 소식에 기대가 컸지만, 간담회 자료를 접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신임 협회장이 사업자단체의 일방적 입장으로 농안법 개정의견을 제시한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된 자료와 관련된 내용은 질의응답과 간담회 이후 요청한 추가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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