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감자파종기 보급사업 현장에서 ‘외면’

참여농가 “파종하면 할수록 더 손해…농촌을 망치는 ‘무용지물’”

“80g짜리 크기만 파종 가능, 씨감자 1박스 당 70%는 사용 못해”


100m 파종시 3kg 버려지고, ‘결주’ 발생…타사 농기계로 재파종

농진청, “시범사업이라 문제 있을 수 있다…사용가능토록 기술 보완할 것”

농식품부, “검증 안 된 장비 보급은 잘못…신기술 등록된 장비 보급해야”

농진청의 농기계개발 사업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사업참여 농가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어 현장 맞춤형 농기계 개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올해 농진청의 감자 파종기 개발 보급사업에 참여했던 경기도 평택의 모 감자 작목회는 “혈세를 투입해서 개발된 농기계는 ‘무용지물’이고, 농진청이 농촌을 망치는 짓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번 사업에 참여하려고 했던 충북 충주의 모 감자 작목회에서는 감자파종기의 기술적인 결함을 지적하면서 6000천만원 상당의 농진청 농기계 개발보급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농진청의 농기계 개발보급 사업에 대해 농가들은 유보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감자파종기는 기술이전 업체 D사에서 생산된 감자파종기로 완전자동화 감자파종기다.

 

이번 사업에 참여했던 농가에 따르면 D사 감자파종기는 씨감자의 무게가 80그램으로 제한해서 파종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감자 1박스에서 무게가 80그램에 못 미치는 70% 정도의 크고 작은 감자는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심을수록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평택의 모 작목회 회원은 “올해의 경우 씨감자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80그램만 사용할 수 있는 감자파종기를 사용하다보니 나머지 70%의 감자는 파종도 못하는 지경이 돼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했다”면서 “지난해까지 사람을 써서 감자를 심었지만 올해엔 감자파종기를 사용하기로 해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않았는데, 이 일 때문에 갑자기 일손을 구하려니 힘든 상황이다”며 울상을 지었다.

 

문제는 또 있다. 평택의 농가들에 따르면 80그램 감자도 제대로 절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씨감자가 2쪽으로 절단되어 양쪽으로 떨어져 파종되어야 하는데, 절단된 씨감자가 작업기 부근에 쌓이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한 농가는 “정확하게 반반씩 절단되어야 하는데, 파종기가 좌우로 흔들리고 진동을 받다보니 3분의 1만 절단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면서 “이미 2000평을 파종했는데, 더 이상 파종을 하고 싶지 않다. 2000평 파종한 곳은 결주가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씨감자가 얇게 절단되면 씨감자로 사용할 수 없고 결국 결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농가는 80그램 감자를 대량으로 준비했다가 이번 문제 때문에 결국 최근 감자절단기로 절단해 타사 제품으로 파종했다.


이 작목회는 이번 보급된 감자파종기로 2만 5천평을 심는 계획이었으나 현재 2000평 정도 파종하고 타사 제품을 구입해 마무리 파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충북 충주의 모 감자작목회는 6,000만원의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주의 모 감자작목회 회원은 “파종기가 들어오면 우리 농가들만 힘들어져서 어쩔 수 없이 사업 자체를 아예 포기했다”고 밝히고 “농진청에서 개발된 장비라고 무조건 보조사업으로 보급 하는 것은 잘못된 행태다. 우리 농가들이 바라고 원하는 장비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감자파종기 생산 D사 관계자는 “문제점이 있다고 해서 기술 지도를 다시 했고, 제품에는 문제점이 없다. 기술 지도를 제대로 숙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최근 장비를 본사로 가져와 다시 셋팅해서 작목회에 가져다 줬지만 농가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택 작목회 모 회원은 “다시 온 파종기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감자를 당장 심어야 해서 시간도 없고 파종기가 50마력 트랙터로는 버티지 못해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농진청과 협력업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진청 관계자는 “농가들에게 불편함이 없이 처리하겠다”면서도 “시범사업이다 보니 분명 문제점이 있을 수 있고, 추후 보완하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이번 농진청 감자파종기 보급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농진청에서 검증도 안 된 감자파종기 등 장비를 보급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전에도 하지 말라고 분명히 지적했는데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밝히고 “농진청이 검증도 되고 현장에서 인정도 받는, 신기술로 등록된 장비를 보급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렇게 물을 흐리고 있으니 너무 안타깝다. 농가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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