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성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몇 해 전 여름 배낭을 메고 중국 운남성의 성도인 곤명에 내렸다. 무더운 한 여름인데도  해발고도 1,900m에 자리한지라 차내의 온도계는 섭씨 13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곳은 협곡과  고산으로 둘러싸인 아열대 기후대에 속하나, 여름에 덥지 않고 겨울에는 춥지 않아 많은 철새들의 도래지이며 중국의 주요 화훼수출 생산지이다. 또한 중국의 공인된 56개 소수민족 중 25개 민족이 사는 다양함과 풍부한 볼거리를 지닌 곳이다.


  이러한 사실을 되새기며 다락논이 있는 원양현 남사 행 버스에 올랐다. 사실 이곳의 다락논은 시시각각 변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담기 위하여 세계 각처에서 많은 사진작가 등이 사시사철 찾는 명소이다. 곤명에서 남사까지의 거리는 약 370km로 미얀마와 라오스의 국경이 가까운 중국남방의 변경지역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커다란 바구니 등에 멘 채 오가는 하니족 여인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곳 다랑이논은 해발 144m에서 2,939m 사이를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마다 다랑이논을 관찰하는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물이 가득한 논의 물이 빛에 반사되어 수시로 변하는 빛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는 관광객들의 소리가 들린다.


  이곳의 소수민족이 1,000년 전부터 만든 대략 17만 여개의 작은 조각 조각이 모인 논이 무려 3,000만평에 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토록 인간의 힘이 위대한가를 생각하며, 도중에 만난 물소 떼를 몰아가는 농부와 오토바이에 가족을 태우고 마을시장으로 향하는 순박한 하니족을 보는 순간 별세계의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하니족의 다랑이논은 2010년 세계주요농업유산과 201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 이는 다랑이논이 만들어진지 1천년 이상 되었음을 입증할 만한 여러 기록물과 독특한 농경사회, 경제, 종교체계에 의해서 조율되고 장기간 생성된 농업, 임업, 관개체계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보다 앞서 1995년과 2011년에 세계인류문화유산과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필리핀 루손섬 북부의 바나웨이와 논두렁을 이으면 지구의 반바퀴나 된다는 바타드 등의 계단식논을 방문했을 때와 대동소이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듯 농사짓기에 악조건인 조건에서 벼재배를 위한 관개지식과 신성한 전통, 섬세한 사회적 균형이 세세손손 전승되어 온 점이다. 이는 참으로 인간과 환경과의 개발과 보존이라는 조화로움이 표현된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이곳의 다랑이논은 망가지면 고치고, 붕괴되면 복구하는 등 보전가치로서 뿐만 아니고, 지금까지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이용가치 측면에서 여전히 기능을 행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인류의 출현과 동시에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은 지금까지 그 내용을 달리하면서 많은 농업유산을 남겨 왔다. 농업유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유네스코의 인류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과는 달리 200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제안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가 정착되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2013년 완도청산도의 구들장논을 처음으로 지정한 이래 현재까지 12곳을 농업유산으로 지정하여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훼손 또는 멸실되어 가는 유무형의 농업유산을 발굴하고 보전하여 지역농업발전에 기여토록 하는 절박한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농업유산제도의 활성화는 농경문화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문화다양성을 다음 세대에 지속적으로 이어져 농업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그리고 농촌관광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여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역사적인 농업유물이나 유적발견은 지역주민의 역사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유엔관광기구의 자료를 보면, 세계인구 70억 인구 중 도착기준으로 매년 12억명이 이상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처럼 대중에 의한 대여행기 시대를 볼 때 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즉, 농업유산은 농촌의 지속발전 가능한 중요한 자산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곳 원양을 떠나면서 본 다랑논의 물결은 동남아의 산악지대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