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월동채소류 안정대책에도, ‘작황호조’ 이유로 책임 회피

지자체 ‘최저가격보장 조례’까지, ‘중앙 수급관리시스템 혼선’ 이유로 냉담


최근 농축산물의 가격이 대부분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 이에 대해 생산과잉을 원인으로 분석하는 정부와, 수입개방에 따른 근본대책 부재를 질타하고 나선 농가들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농산물에 대해 최소한 생산비와 유통비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농가들의 최저가격보장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농식품부는 거듭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월동배추, 무, 양배추, 대파 등에 대해 시장격리에 이어 소비촉진대책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들 품목에 대해 ‘이례적인 작황 호조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분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선제적 수급안정대책으로 품목마다 시장격리조치를 했으나, 소비부진까지 맞물려 가격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시장격리나 소비촉진을 홍보하는 등 소극적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가들은 품목선택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권하는 대체작물 조차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봄 당근을 제외한 배추, 무, 양배추의 재배의향을 묻는 질문에, 시설작은 지난해보다 7~23%가 줄었고, 같은 품목의 노지작 또한 5~8% 감소했다.


제주부터 수확시기를 앞두고 있는 마늘의 경우, 양호한 기상으로 생산량이 증가하고 수확시기도 빨라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되면서, 가격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하락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양파 또한 올해 생산량도 평년의 4% 내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 ‘시장격리 1호’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대파값 폭락으로 진도지역 중심의 농가들이 지난 6일 광화문에 모여 ‘가격보장’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정부의 4천800여톤 시장격리조치가 가격을 보호하는 역할을 못했다는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행사에 참여했던 농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나 관계전문가들의 권로로 대체작물을 심는다고 하더라도 가격보장이 안되는 마당에, 농가들이 선뜻 나설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더욱이 지역적 특수작목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경우,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농가간의 불신이 골이 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월동채소류 가격안정대책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작황호조에 따른 공급과잉을 가격폭락 원인으로 지목했다.

작목선택에 실패한 농가들의 책임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농가들은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개방이 주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무 대책없이 수입개방에 나섰기 때문에, 가격회복이 불가능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반론이다. 여기에다 최근 지자체들이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농식품부가 ‘중앙에서의 수급관리 통제시스템 혼란’, 농가 직접지원에 따른 WTO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전농 한 관계자는 “정부는 수입개방에 따른 농업피해를 전혀 언급도 안하고 농가들의 작목선택과 작황만 문제삼아 수급조절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불안한 정책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정책은 외부적인 요인(수입개방)에 대한 책임소지와 대책, 직접지불과 같은 소득정책, 최저가격보장 등의 가격정책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정부는 수입개방의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