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체가 이레째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최장,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는 국민의 생활상을 바꾸고 있다. 방진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세상이 온통 뿌옇고 나다니는 사람도 줄었다. 마치 에스에프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사회 모습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각한 것은 이런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긴급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중국과 공조할 것을 강조했다. 기술적으로 유력한 방안은, 서해상에서 인공강우를 실시해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닿기 전에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국내로는 낡은 석탄 화력발전소의 조기폐쇄나 추가경정예산 긴급편성 등 특단의 저감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회도 부랴부랴 움직인다. 미세먼지 사태를 국가재난에 새로 추가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13일에 처리하는 한편 중국과의 협력을 위해 방문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올해 학교와 경로당 등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안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5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농업·농촌 미세먼지 태스크포스’를 꾸려 12월까지 운영하고, 농축산분야 미세먼지 저감책과 피해 대응방안을 수립, 특별대책위에 보고하는 한편 감축방안 연구를 지속키로 했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번지수’가 틀렸다. 대책내용이란 것이 미세먼지 저감에만 쏠렸다. 농축산 미세먼지 연구개발 예산도 올해 43억1천200만 원을 포함해 2021년까지 3년간 130억 원을 투자한다는데 대부분 농축산 생산과정에서의 미세먼지 발생특성이나 저감기술 개발에 배정됐다. 피해예측이나 피해대책 연구예산은 극히 일부다.


농식품부 차관과 차관보는 농업현장을 찾아 불법소각 방지를 당부했다. 참 한심한 노릇이다. 물론 소각과 논두렁 태우기, 축산분뇨 퇴비화 등 생산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이를 줄이는 일은 마땅하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피해대책이다. 사람만 다치는 것이 아니고 작물과 가축이 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여, 숲이 미세먼지를 잡고 우울증을 완화한다는 연구결과도 그렇지만, 적어도 농업관료들이라면 농업과 농촌의 존재 자체가 미세먼지 저감에 유력한 방도라는 점을 만방에 떠들고 다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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