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를 벗어난 한국전력공사의 작태가 농민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지난 4일 한 언론의 보도로 한전의 농사용 전기요금인상 계획이 알려졌다. 지난해 208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전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료 때문에 전기 과소비가 생긴다며 전기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나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와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해온 한전이 느닷없이 농사용 전기료 인상을 들고나온 것은 영업적자를 핑계 삼아 이번 기회에 농사용 전기까지 함께 인상 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전은 영세 농민 지원이라는 농사용 전기의 취지에 맞지 않는 불법 탈법 사용사례가 많다는 것을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농사용 전기를 주택용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된 사례가 2만2500여 건이나 된다는 것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이 낮다 보니 산업용과 주택용 등 다른 전기 사용자에게 요금 부담을 증가시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전체 전력판매량(판매수입 기준) 가운데 농사용이 차지한 비중은 1.5%로 산업용(54.5%)이나 주택용(13.6%)에 비해 턱없이 적다. 5년간 적발된 총 3만 430건의 불법 전기 사용 건수 중에 농사용 전기가 74%인 것은 맞지만 농사용 전기 불법 사용으로 인한 위약금액은 총 797억원 중 329억원에 불과하다. 또 농사용 전기 불법 사용 건수 중에는 농업인이 아닌 일반 기업이나 개인이 불법 사용한 사례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전의 주장과는 달리 농사용 전기가 한전의 영업적자에 미치는 요인은 극히 작다.


현재 한전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32.9%의 지분을 갖고 있고, 정부가 18.2%를 갖고 있다. 산업은행의 지분을 정부가 100% 갖고 있으니 아무리 한전이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해도 정부가 거부하면 끝이다. 이제 농민들이 나서야 한다. 농민단체들이 앞장서서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과장된 근거로 농업 생산기반을 짓밟는 한전이 더이상 농민을 우롱하지 못하도록 한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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