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주 교수 순천대학교 친환경축산사업단장

 

우리나라 축산물 생산액은 2018년 약 19조5000억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의 약 40%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0년 이후 농업성장을 축산업이 선도하고 있고, 우리 국민의 성장과 건강에 절대적인 공헌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거 광우병 사태, 구제역 발생, 조류독감 그리고 최근에는 항생제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많은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킨 바 있어 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위기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항생제는 동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질병의 예방, 질병치료, 사료 품질저하 예방, 영양소 소화율 향상 그리고 축산물의 생산비를 절감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내성균 등의 확산에 따라 쉽게 치료가 되지 않는 다재내성균인 일명 수퍼박테리아 발생이 늘어나는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의약분업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 (FAO), 세계보건기구 (WHO) 등도 동물에게 사용시 각별히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도 2017년 8월 28일 세계수의사대회에서 관리되지 않은 항생제 남용은 재앙을 부를 수 있으니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정부는 배합사료공장에서 HACCP제도를 도입하고 사료첨가용 항생제 사용을 2004년 25종으로 제한하였으며, 2010년에는 7종으로 감축하고 2011년 7월부터는 전면 금지하였다. 국내 축종별 항생제 판매 실적을 보면 소, 돼지, 닭의 축산용으로 2008년 94만 kg을 사용하였고 수산용은 19만 kg을 사용하였다. 수산용 항생제 사용은 계속 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축산용 항생제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3년 55만 kg으로 줄어들었지만 2014년부터 이후 다시 일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특히 살충제 파동이 발생한 2017에는 항생제 사용이 상당히 증가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이 심각하다고 판단, 2006년 유럽의 친환경 축산을 둘러보기 위하여 약 20일간 독일 등 유럽을 방문하여 친환경 축산과 동물복지 등을 살펴보고 왔다. 특히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국내 축산물의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하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안전한 축산물의 생산을 활성화시킬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나라 친환경 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2007년부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업비 약 85억의 지원을 받아 RIS사업(지역연고 진흥사업)으로 ‘전남 친환경 축산식품 생산·유통 시스템 강화사업’을 수행하여 친환경축산 교육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친환경축산물 브랜드 상표개발과 신규전문매장 27개점 창업의 성과를 이루어 냈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성과 창출로 이루어 졌으며 총 매출액 1,408억원, 고용창출 331명의 공헌을 하였다. 또한 순천대학교 친환경축산사업단을 유치하여 전남지역 친환경축산관련 기술개발, 신규브랜드 및 심포지움, 친환경 축산 실천반 교육 등 지역적, 인적 네트워크 활성화와 전문가 양성에 공헌하였고 그 결과 우리나라 축산용 항생제 사용량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 친환경축산물 인증 농가수는 2008년 2,904농가에서 2013년 1만845농가까지 증가하였다. 이중 전남이 3,860농가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는데, 이는 당시 전라남도지사의 관심과 노력이 많았지만 순천대학교 친환경축산사업단의 농가 교육과 사업지원이 매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2014년부터 지역 브랜드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그동안 퇴직공무원의 친환경 인증기관 재취업, 동일 인증기관과 농가 간 연속인증으로 인한 인증남발 및 축산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 인증심사원들의 관리부실이 지적됐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친환경농축산물의 인증취소 건수가 6,739건이 발생하고 인증기관의 행정처분은 28건에 달했다. 이후 친환경농축산물의 인증취소 건수와 인증기관의 행정처분 건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전국의 친환경 축산물 인증 농가수는 2017년 7,675농가로 줄어들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 축산용 항생제 사용량도 다시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러나 2017년 친환경 인증농가의 살충제 계란파동으로 인증제도 전반의 불신을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많은 비전문적이고 비상적인 대책들이 남발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축산 농민들 입장에서 기존에 2년에 한번만 받은 친환경 인증을 매년 새롭게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는 한우의 경우 태어나서 출하하는 데까지 약 30개월 정도 소요되는 점에 비추어보면 매우 불합리하고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친환경 인증농가는 판매 수입이 많이 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인증서류를 매년 준비해야 하는 노력, 시간, 비용 등이 매년 반복하고 지출이 증가되기 때문에 인증을 포기하고 있고 인증농가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 그 결과 최근 항생제의 사용이 다시 늘고 소비자의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지는 원인이 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친환경 인증은 최초 1회만 하여 그 부담을 줄여줘야 하고, 그 대신 방역, 교육, 현장점검을 확대해야 한다. 또 축산물에 대한 생산, 유통, 인증, 항생제 사용을 관리할 수 있는 축산전문 통합기관이 필요하다. 농장과 축산물에 대한 항생제 등 유해물질 검사도 확대하고, 인증농가가 법을 위반하면 처벌을 강화하거나 등급을 낮추는 방안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대책들은 궁극적으로 항생제의 사용을 줄이고 안전한 축산물의 생산을 확대하여 수입산 축산물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무엇보다 우리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내 축산물의 안전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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