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의 황당한 판결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상속으로 취득한 1만 제곱미터 미만의 농지는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더라도 처분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이는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 농지는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용돼야 하며, 상속된 농지라도 재산권 보장보다는 경자유전 원칙을 우선해야 한다”는 1심과 2심의 판결을 뒤엎은 것이다.


대법은 재산권 보장과 경자유전 원칙의 ‘조화’를 거론하며 해당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판단의 전제는 아리송하다. 현행 농지법대로 농지에 대한 상속이 계속 이뤄지면 ‘비자경농지’가 늘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농지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결국 상속농지의 경우 자경의무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커지니 현실에 맞게 농지법을 바꾸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법학자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리상 해석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산권 보장과 농지법을 두고 적용 우선순위를 가름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최상위법인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 원칙과 자경의무 원칙을 무시 또는 배제한 채 농지법에 대해서만 법리적으로 접근한 점, 말 그대로 다시 ‘손봐야 할’ 농지법 상의 상속농지에 국한해 재산권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판단한 점 등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반응도 황당하다. 대법의 원심환송 판결이후 관계부처인 농식품부의 입장표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농식품부는 ‘이번 판례는 해당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해명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애써 판결의 의미와 파장을 축소하려는 ‘바람’으로 비친다.


이른바 ‘유감표명’도 못하고 있다. 헌법상의 경자유전, 자경의무의 원칙은 사수해야 한다, 재산권 보장도 중요하나 경자유전 원칙을 무시한 판결은 심히 유감이다 같은 한마디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도대체 농지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농지법을 손봐야 하는 것도 맞다. 그간 개정을 거듭하며 경자유전의 원칙을 훼손해왔다고는 하지만 경자유전 원칙은 아직까지도 농업을 지속하게 하는 근간이다. “내가 ‘가면’ 농사지을 사람 없어 끊길 것”이라는 농업인의 고뇌가 절규와 푸념이 되지 않도록 농지를 지키고 농업을 사수하는 일에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온힘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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