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가 있는 정미소 지켜야죠”
“200년 역사가 있는 정미소 지켜야죠”
  • 성낙중 기자
  • 승인 2019.02.2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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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성동정미소 박수연 대표

우리나라도 밀은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이 32.4kg로 쌀에 이어 두 번째로 소비량이 많은 곡식이다. 하지만 1982년 밀수입 자유화와 1984년 정부의 국산 밀 수매 중단으로 판로가 없어진 대다수의 농업인들은 밀농사를 포기했다. 이후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1%에 불과할 정도로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토종밀을 재배하는 농업인들이 있고, 또 토종밀만 제분하는 정미소가 아직 남아있다.


경상북도 성주군 수륜면 성동정미소는 2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곳으로 박두준 할아버지에 이어 현재는 딸인 박수연씨가 운영을 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가 96세이시고, 70년간 운영을 하셨어요. 그 앞에 사람들이 3대에 걸쳐 정미소를 했다고 하니 200년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오로지 토종 앉은뱅이밀만 받고 있습니다.”


몇 해전 방송에서도 화제가 됐던 성동정미소는 오로지 자연 건조한 밀과 쌀만 취급을 하고 있고, 지금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제분을 해서 택배로 소비자들에게 보내주고 있다. 지금은 옛 명성만 남고, 주 고객은 단골손님들이다.


대구에서 가족들과 생활하던 그녀는 11년전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인 성주로 들어와 지금까지 아버지를 모시면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곧 토종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한 분이세요. 정미소 하면서 8남매 다 키우셨고, 검소하게 사셨어요. 100세를 바라보시고, 몇 년 전부터는 몸이 편찮으셔서 제가 운영을 하고 있는데 저도 가업을 잇고, 토종곡식을 지켜나간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성동정미소가 고집하고 있는 토종밀은 다른 밀보다 키가 앉아 앉은뱅이밀로 불리는데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연구자료에 의하면 토종밀은 일제강점기때 미국으로 전파됐고, 미국의 농학자 노먼 볼로그가 다시 ‘소노라 64호’로 개량해 멕시코 등에 보급했다고 한다. 볼로그는 세계적인 식량 증산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1970년에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는 그 시절을 다 지나오신 분입니다. 그만큼 토종밀에 대한 애착이 강하신데 저도 어렸을 때 정미소 드나들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계약재배를 통해서 제분을 하고 있는데 우리 토종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지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들이 한 끼는 밀을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밀 소비량이 증가한 상황이다. 라면부터 시작해 빵, 국수, 햄버거, 떡볶이, 과자, 만두 등 밀가루가 안 들어간 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수입밀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해외에서 재배된 것이 수입되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수입밀이라고 해서 다 몸에 해가 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우리 토종 앉은뱅이밀은 건강한 농산물이고, 품종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도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전국적으로 재배를 하는 분들이 계시고, 취급을 하는 분들도 계신데 이런 분들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자연에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강하게 자라는 토종의 힘이 많은 분들에게 음식으로 전달되길 바랍니다.”


■ 박수연 대표가 추천하는 토종 <앉은뱅이밀>


“토종밀의 가치가 되살아나기를”

앉은뱅이밀은 기원전 300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토종 식재료로 16세기 임진왜란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밀농사의 주요 품종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 동유럽과 미국 등으로 퍼져 결국 우리나라 밀이 전 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2014년 슬로푸드 국제협회의 전 세계적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에 등재됐다. 앉은뱅이 밀은 보통 1m 정도인 일반 밀에 비해 키가 70~80cm로 비교적 작은 편이고, 잘 쓰러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재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다 일반 밀보다 글루텐함유량이 적어 소화가 잘 되고, 전이나 칼국수, 수제비 같은 음식을 만들면 맛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토종밀의 경쟁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을 해요. 지금은 시장논리에 따라서 99%가 수입밀을 쓰고 있지만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고 다시 대중화가 될 날이 올 것으로 믿어요. 아직까지 그 가치는 분명이 존재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끝으로 그녀는 토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우리 정미소만 해도 200년동안 오로지 토종밀만 취급을 했습니다.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저희 세대를 지나 계속해서 명맥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앉은뱅이밀도 그렇고 토종은 건강한 작물입니다. 토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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