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업 관행 넘어 자동 선별·계량 시스템 구축

자동선별기 인력 줄이고도 작업성과는 2배 향상

높은 기술력 인정받고 수출영농조합 납품 줄이어

진영산업 여영철 대표(우)와 부산경남화훼농협 황인태 팀장(좌)이 6조식 파프리카 선별기 운영 상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올해 처음 1억 달러(약 1,100억원) 수출을 앞둔 ‘신선 농산물 제1의 수출 제품’ 파프리카.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출품목으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그 이면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무엇보다 대부분 인력으로 선별, 포장 작업을 하는 선별장의 후진성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선별, 포장작업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닿는 부위가 손상되는 위험성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어 파프리카 수출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입산 선별기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워낙 고가인데다 A/S 등 사후관리 문제 등으로 인해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상남도 김해시에 소재한 ㈜진영산업(대표 여영철)이 개발한 파프리카 자동선별기가 주목받고 있다. 진영산업은 2000년 과일선별장치 발명특허(제0256095호)를 필두로 2002년 망 계량 장치 개발, 2004년 양파탈피기 개발, 2005년 세척선별장치 실용신안등록제0395991호, 2006년 직접생산인증획득 및 당도 측정장치·비파괴 선별장치 자체기술개발, 2008년 리프트롤러(형상식-마늘)선별기 개발 및 ISO9001인증, 2009년 물류표준설비인증 등 독자기술력을 높여왔다.


현재는 전자식 중량 선별기, 형상식 선별기, 수박·멜론 선별기, 과일 세척기, 원형 중량 선별기, 포장라인, 당도 측정 및 입·출하관리 시스템 등 지난 20년 노하우가 결집된 선별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진영산업은 파프리카 선별장의 고충을 귀담아 듣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끝에 그간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파프리카의 중량별 선별은 물론 포장까지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간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선별기시장이 국산화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농장에서 수확한 파프리카를 선별장 파렛트로 투입하면 자동으로 콘테이너를 통과하면서 선별, 계량까지 자동으로 배출된다. 이 시스템은 진영산업만이 가진 독자 기술로, 현재까지 유일하게 파프리카 자동계량 실적 기술을 보유해 수출농협, 영농조합 등에 납품이 줄을 잇고 있다.


진영산업의 기술력이 확보되기 전 파프리카 선별장에서는 수량에 의한 포장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기존 수작업에 의존해 작업이 이뤄져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고민이 깊었다.


또한 파프리카 선별장이 대부분 수출(선적)작업으로, 선적기일이 임박해 오면 더 많은 인력을 사용해야 하고 비전문가를 사용하다보니 품질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최저시급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여건 변화로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가중돼 골치를 앓아왔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진영산업은 기존 선별시스템을 활용해 선별, 계량까지 완료해 포장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쏟아 지난 2016년 김화농협에 첫 납품을 시작했다. 이후 부산경남화훼농협, 진주 대곡농협, 도곡농협(3월 납품 예정) 등 납품이 줄을 잇고 있다.


진영산업이 개발한 파프리카 선별기는 작업자의 피로도를 크게 감소시키고 작업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작업 표준화로 인해 품질이 높아지는 반면 인건비 부담은 줄어 수출경쟁력까지 향상됐다. 또 수출 경쟁력 향상은 농가 소득향상으로 이어져 일석이조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진영산업이 20년 기술력을 집중시켜 개발한 파프리카 자동선별기.

 

사실 파프리카 선별라인을 설치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데다 수입산에 비해 국산은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으로 인해 납품이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영산업 선별기가 납품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부산경남화훼농협은 그간 진영산업의 2조식 파프리카 선별기를 사용해 오다 조합원 확대에 따른 물량 증가, 해외 주문량 폭주 등으로 인해 시설을 확대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고민이 깊던 부산경남화훼농협은 지난해 과감하게 진영산업의 기술력을 믿고 8억여원을 들여 6조식으로 선별기를 재설치 했다.


설치효과는 기대이상으로 나타났다. 기존 12명 인력이 풀가동을 해도 일일 작업량이 12톤에 불과했지만 6조식으로 재설치 이후 인력을 3명 감축하고도 일일 작업량이 20톤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부산경남화훼농협 경제사업장 황인태 팀장은 “사실 파프리카 선별기는 수입산 기술력이 국산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그 인식을 극복시킨 곳이 바로 진영산업이다”면서 “기술력은 물론이고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할 수 있는 A/S 문제를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어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특히 “부산경남화훼농협은 인근 공항을 통해 일본 바이어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데 파프리카 선별부터 포장까지 과정에서 인체와 접촉을 최소화한 시스템을 눈여겨보고 수출계약을 체결할 할 정도로 선별장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향후 선별장 재설치 시기가 오더라도 진영산업과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산업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포장된 박스가 배출되면 규격에 따라 자동으로 적재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기술력이 미래다’라는 경영 소신을 지켜나가고 있는 진영산업 여영철 대표는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해 독자 기술력을 갖추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여영철 대표는 “결국 기술력을 갖추지 못하는 기업은 고객들의 외면을 받게 될게 뻔하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라며 “지난 20여년간 진영산업은 독자 기술력 확보를 위해 무수한 투자를 이어왔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며 더 높은 기술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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