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이달 말일이 지나야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투표일인 3월 13일까지 치면 선거운동기간은 고작 13일이다. 그럼에도 농촌은 이미 선거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과열조짐마저 보인다.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못잖은 관심이다. 지역농협과 축협, 품목농협, 산림조합, 수협까지 1천400곳이 넘으니 ‘큰 선거’다.


설 풍경은 낯설었다. 때 아닌 현수막 ‘자리경쟁’이 불붙었다. 농촌 마을 입구나 마을회관 주변은 물론 웬만한 도시외곽 목 좋은 곳에는 숱한 현수막이 걸렸다. 고향방문을 환영하는 인사말은 같으나 인사주체가 달랐다. 마을청년회나 토착민의 현수막보다 많았던 것은 현 조합장이나 감사, 이사의 얼굴사진이 박힌 현수막이었다. 조합장 선거출마를 계획한 예비후보들이었다.


전국동시 조합장선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5년 3월 11일에 제1회 동시선거가 이뤄졌다. 그 전에는 동시에 선거를 치르지 않고 조합별로 선거를 진행했다. 불법, 부정선거 행위가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후유증도 컸다. 이러한 비판이 일면서 2014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중앙선관위 위탁관리 하에 동시 조합장선거를 치르게 됐다.


제1회 동시선거 6개월 뒤에 검경이 발표한 선거사범 수사결과는 참고할 만하다. 역시 금품선거사범 적발이 가장 많았다. 비율로 치면 전체 선거사범의 56퍼센트에 달한다. 다음으로 흑색선전사범, 사전선거사범 순이었다. 조합별로 치른 선거에 견주면 금품선거사범이 압도적이긴 해도 적발인원이 절반으로 준 반면 흑색선전사범은 4배 이상 늘었다.


함부로 예측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선거사범 추이로 보건대 점차 ‘평판선거’로 향하는 흐름이다. 이번 동시선거에서도 금품사범은 줄고 흑색선전사범이나 기타 사범이 늘 확률이 크다. 혼탁했던 선거문화가 충족할 만큼은 아니어도 일정수준 개선됐다. 불법 기부행위 등 금품선거가 아예 발을 붙이지 못할 날도 멀지 않았다 싶다.


평판선거의 흐름은 긍정적이다.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도덕성, 공약 등을 투표의 잣대로 삼는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선거문화 정착의 신호로 읽힌다. 다만 흑색선전과 비방 등 비윤리적이면서 지능적인 선거사범의 출현이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쪼록 이번 동시선거에서는 후보자와 조합원 모두의 노력으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름으로써 농업인의 도덕적 자존감과 민주적 긍지를 살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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