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과 충북 충주에 내려졌던 축산농가 이동제한 조치가 지난 14일부터 해제됐다. 지난달 31일 구제역 발생 이후 최대 14일간의 잠복기 동안 추가신고 없이 소강상태를 보임에 따라 구제역 발생 농장 반경 3km 이내 지역만 남겨놓고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이다. 아직 완전히 구제역 발생 위험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설 명절기간 동안 구제역 확산을 걱정했던 우리 농민들로서는 큰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거의 모든 언론이 구제역으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해제는 앞다퉈 보도했지만, 정작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가슴 졸였던 농민들의 고통과 불편까지 관심을 갖고 보도한 언론은 찾기 어렵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300만 농민의 삶의 터전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대다수 국민들의 일상에선 그저 단순한 ‘사건’의 의미밖에 갖지 못하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장 내일(19일)이면 정월 대보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회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그런데 서울, 인천, 수원, 천안, 대전, 부산 등과 같은 도시 지역의 대보름 축제는 예정대로 열리지만 합천, 철원, 순창, 고령과 같은 상당수 농촌지역의 대보름 행사를 취소 됐다.

아직 구제역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게 행사를 취소한 농촌 지역 지자체의 결정을 지지한다. 다만,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윷놀이와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의 놀이를 통해 풍년 농사와 건강을 기원하던 정월대보름 행사조차 맘 놓고 즐길 수 없게 된 농촌 현실이 마음 아프다. 

예년과 다름없이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정월 대보름 행사장마다 대다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찾아올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놓치지 않고 찾아 나설 그들의 부지런함을 칭찬해야하지만,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쌀 목표가격 결정’부터 법안처리며 주요 농정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싸움만 하는 국회의원들을 웃으며 맞아줄 농민은 없다. 내년 4월이면 국회의원 선거다. 더 이상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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