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이준엽 박사

 

몇 해 전 달걀의 살충제 검출 사태로 각종 언론에서는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 해결방안으로 축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보도가 빗발쳤고 정부는 이에 대한 해답으로 동물복지형 사육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도 만족할 수 있는 동물복지 축산 기준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소비자와 생산자가 바라보는 동물복지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하면서도 동물복지적으로 사육된 축산물을 원하지만, 사육밀도를 낮추고 사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동물복지 축산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여기에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소통과 대화를 통한 실행 가능한 동물복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가축사육에 동물복지를 도입하기 위한 노력은 정부나 생산자 또는 시민단체 각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동물복지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처음에는 많은 농장들이 동물복지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생산자, 소비자, 동물보호단체, 정부가 서로 간의 지속적인 이해와 설득의 과정을 통해 동물복지 축산의 기틀을 만들게 되었다.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동물복지 선진국의 경험은 물론 국내 실정에 맞는 다양한 연구결과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현재의 동물복지법 규정을 정착시킨 것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관련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며 현재에도 상당한 양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가축의 동물복지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동물복지를 도입하는 초기에는 외국에서 축적되어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작할 수 있으나 정착을 위해서는 국내 농가 환경에 적합한 동물복지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동물복지 축산의 정착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왜 동물복지 축산물을 소비해야 하는지, 소비자 교육이나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수반될 때 소비자의 구매패턴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동물복지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동물복지 축산의 정착에는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물복지 축산물 생산은 시설보완이나 사육비용의 상승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그만큼 이전 사육방식에 비해 축산물 생산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물복지 축산물을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유럽의 소비자는 가축의 동물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추가 지불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프리미엄 축산물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고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 우리 소비자들도 말로만 동물복지를 하라고 농가한테 외칠 것이 아니라 축산물 구매를 통해 동물복지를 위한 비용을 낸다면 자연스럽게 동물복지 축산은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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