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을 관리하는 기준이 대체로 엄격하긴 하지만 일반사람들이 그저 친환경농산물이란 농약을 치지 않으면 전부 친환경농산물이라고 여기기가 십상입니다.


농약을 사용하느냐 마느냐와, 농약을 쓴다면 얼마나 쓰느냐 등으로 무농약농산물이나 저농약농산물로 인증받지만 실제 화학비료는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 농산물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미지수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최상위 개념의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 농산물입니다.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일체 주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제조한 각종 퇴비나 미생물발효제 등으로 재배한 농산물이니 일단은 화학물질로 인한 각종 폐해는 차단될 뿐만 아니라 맛도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문제는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주위 환경으로 인해 수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유기농법만으로 계속해서 재배했을 경우에도 자체적인 문제점도 꽤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집사람이 오래전부터 가입해 활동하는 생활협동조합은 그 기준이 매우 엄격해 정부에서 인정하는 기준보다 상위개념으로 인증을 받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인 정부인증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인증마크를 달아줌으로서 소비자가 신뢰하게 되니 이중으로 인증을 받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생산자입장에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괜한 수고를 더하게 되니 귀찮은 절차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소비자가 느끼는 신뢰도가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집사람처럼 이 생협에 가입한 햇수가 몇 십 년이 된 사람들이야 그런 마크쯤은 무시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잔류농약검사 등으로 실제 인증된 농산물도 문제가 야기될 경우가 있어 큰 파장이 일기도 합니다. 생산자는 모든 규정을 지켜 재배하거나 사육하지만 토양 속에 축적돼 있던 잔류농약이 검출돼 수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린다면 정말 허무하기 짝이 없을 겁니다.


작목에 따라 유기농으로 재배해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품목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재배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보통 우리가 잡곡이라고 칭하는 모든 밭작물 중 그나마 수요가 있는 보리나 밀 등을 제외하고 팥이나 동부, 녹두, 기장, 조 같은 작목은 수요가 한정적이라 유기농인증의 엄격한 잣대로 생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자주인증제도’는 집사람이 가입해 활동하는 생협에서 실시하는 소비자 인증제입니다. 다년간 유기농으로 생산했던 과실이나 곡물 등도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원인에 의해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되거나 생산성이 처음에 비해 현저하게 나빠지는 경우가 생긴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에 유기농인증 잣대로만 판단하면 생산자가 어려워지니 어느 정도까지는 농약살포도 허용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일전 유기농으로 생협에 오랫동안 단감을 공급해왔던 전라남도 담양군 단감재배단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강릉에서 담양까지 먼 길을 간 이유는 더 이상 유기농으로 단감을 생산하기가 어려워져 자주인증제로 바꿔야만 하는 상황을 살피고 이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관련 회원들과 꼭두새벽부터 무려 7시간이나 달려 도착한 단감재배농장에서 생산자대표의 설명을 들으니 농부들의 고충이 더욱 실감이 납니다. 좋은 과실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과수는 제거하고 새로운 과수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 거의 24시간 넓은 과수원을 돌보지만 가뭄이나 병해충 등 제어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으로 유기농생산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저야 텃밭개념보다는 좀 많다싶은 밭농사를 하는 입장에서 농부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지만 일반소비자로서는 왜 유기농생산을 포기해야 하는지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겁니다.


작년에 그렇게 많이 달렸던 토종오이가 올해 왜 1/3토막으로 떨어졌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상업적 농사가 아니니 그래도 농약도 화학비료도 없는 농사는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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