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수가 엄꼬…하루하루가 전쟁이라에”

폐기물 쓰레기 7만톤 쌓여 생활·영농활동 위협

업체는 처리 능력 상실, 지자체도 역부족 상태

“야~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데. 이래가 사람이 우에 살지?”
지난 11일 오후 경상북도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폐기물장 길로 들어서니 저멀리 거대한 폐기물 쓰레기산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현장에 들어서니 침출수를 뽑아내는 구덩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날 현장에는 의성군 관계자와 소방공무원들이 소방차를 동원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 쓰레기산 위에서는 소방공무원들이 중장비로 쓰레기산 속불 진화작업에 한창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에 건축폐자재, 플라스틱 등이 뒤섞인 채 산처럼 쌓여 있다. 주민들은 하루빨리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10미터 쓰레기산…마을엔 ‘재앙’


두 사람과 쓰레기산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가니 바닥은 쓰레기 침출수로 질퍽했고,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 천같은 폐기물이 땅바닥부터 족히 10m 이상은 될 것 같은 높이로 쌓여있었다. 얼핏봐도 아파트 5층 높이처럼 보였다. 이곳은 이미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된 대로 ㈜한국환경산업개발이 의성군에서 폐기물재활용업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사업이고, 4만㎡가 쓰레기산으로 둔갑해 있는 곳이다.


“이래가 사람이 살 수 있겠습니꺼? 숨도 몬 쉬겠고, 빨래도 몬 널고, 농사도 몬 짓고 이게 창살없는 감옥이지 사람 사는 마을이라꼬 할 수 있겠습니꺼? 내가 알기론 이기 벌써 몇 년전부터 해결해달라고 캤는지 모릅니더. 이 마을에 사람이 살 수 없다 카는 건 정치인이고 의성군이고 전부 알고 있는데, 해결이 안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더.” 이날 동행한 이진우 한국농촌지도자경상북도연합회 부회장과 장호원 의성군연합회장은 답답한 듯 가슴을 쳤다.


쓰레기산 속으로 들어가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쓰레기는 소음과 분진이 발생하는 건축폐기물 등도 즐비했다. 이곳의 허가 대상 폐기물은 폐합성수지와 폐섬유, 폐고무류이고 생산품은 고형연료를 만들기 위한 폐합성수지 중간가공폐기물이다. 특히 최근에는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주민안전은 고사하고 건강까지 위협을 하고 있다.

 

■ “고발도 했고, 뭘 더 우에 하지에?”


지난 2008년 4월 의성군이 이 업체에 허가한 폐기물 보관량은 중간·종합 재활용 합해 2,157톤이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 폐기물 7만4,000여톤으로 허가량의 34배가 넘는다.


“하모 1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도 할 만큼 했습니다. 민원도 넣고, 업체도 고발하고, 군수도 고발하고. 뭘 더 우에 해야할지 모르게스예.” 김정은 생송2리 이장은 꺼질듯한 한숨을 내 쉬었다.


김 이장과 주민들의 바람은 하루빨리 쓰레기산이 처리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걱정은 침출수로 인한 농작물 오염이다. 실제로 쓰레기산 가까이에서 가지농사를 짓는 한 농가는 모종이 자꾸 죽어가 걱정이라고 했다.
현재 단밀면 생송2리 주민들은 올 초 300여명의 주민서명을 받아 의성경찰서에 의성군수, 새마을환경과장, 단밀면장, 한국환경산업개발 대표 A씨 등을 고발한 상태다.


이에 의성군은 허가량 초과를 인지한 2014년부터 각종 행정처분과 고발을 통해 관리를 해왔다는 입장이다. 또 국비 52억원을 투입해 쓰레기 산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예산으로 처리 가능한 쓰레기양은 1년에 2만1,000여 톤에 그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 쓰레기산 어떻게 처리되나?


현재 쓰레기산과 관련된 업주 5명은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벌칙은 징역이 최소 2년에서 최대 7년, 벌금은 최소 2,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에 그친다. 의성군 쓰레기산의 경우 처리비용이 2만톤에 50억 정도로 예상되는데, 현재 쌓여있는 7만4,000톤의 쓰레기를 처리 하려면 최소 4년간 200억원이 넘게 들어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체는 벌 만큼 벌었으니 배째라 카고, 의성군은 돈이 없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하고 주민들이 보는 거 아닙니까. 이게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이번에는 단디 조사를 해야됩니더. 이카다 의성 농산물 이미지도 나빠지고 군 전체가 피해를 입을까 걱정입니더.” 김정은 이장과 일부 주민들은 막대한 처리비용과 시간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이에 대해 의성군은 환경부에서 예산이 내려오는 대로 처리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은 의성군에 많은 항의를 하고 계신데 법에 문제도 있고, 군에서도 여러 가지로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의성군에서는 어떻게 하든 올 해 2만1,000톤을 처리한다는 약속을 드겠습니다. 또 현재 오염이 우려되는 침출수는 빼서 일부는 불 끄는데 쓰고, 일부는 외부로 반출하고 있어 주민들 농사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가능한 빨리 쓰레기산을 처리해서 주민들이 마음놓고 농사짓고, 생활하도록 되돌려놓겠습니다.”
김주영 단밀면장은 자신도 답답한지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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