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한 농업, 가격등락 걱정 없는 농사짓기는 불가능한 것인가. 제4차 산업혁명이 대두하고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화두인 시대에 농업부문은 어느 언저리에 와있는가. ‘스마트’라는 낱말이 우후죽순이더니 농업분야도 스마트농업 ‘띄우기’가 한창이다.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능인 양, 공고한 ‘희생양 농업’을 일거에 해소할 것처럼 스마트농업을 뇌까리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농업은커녕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일마저 ‘데이터’에 입력하지 않으면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 농업계의 현실이다.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맹점을 고스란히 떠안은 산업이 바로 농업이다. 도가 지나친 수급불안과 가격등락은 어느새 농산업의 숙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 치밀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졸업시즌은 꽃 생산자와 유통인 모두에게 ‘대목’이다. 일상에서 꽃 소비가 적잖은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특정 시즌에 쏠리기 일쑤이다. 그러다보니 취학 전 아이들 졸업식부터 초등, 중·고등, 대학 졸업식이 몰려있는 매년 2월이면 장미, 프리지아, 튤립, 안개꽃 등이 대량 소비되고 농가는 이에 맞춰 꽃을 키운다.


올해는 졸업식이 앞당겨졌다. 대학 졸업식은 기존대로 2월에 있는 반면 초·중·고교는 많은 지역에서 1월 상순에 졸업식을 열었다. 개학과 방학, 졸업일을 학교장 재량에 맡기면서 빚어진 일이다. 경기도를 비롯해 1월에 졸업식을 여는 학교는 전국적으로 꽤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2월에 맞춰 출하를 준비하던 화훼농가들은 대목을 놓치고 1월초 꽃 경매가격은 많이 올랐다. 이 시기에 꽃을 낸 농가야 특수를 누렸겠으나 그렇지 못한 농가들은 울상이다. 대목을 놓친 데다 2월 성출하기에 수요가 줄어들 테니 가격하락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사정이 이러니 정책당국의 무관심과 무대책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몇 개월, 반년 전이라도 교육당국과 농정당국의 협의가 이뤄지고, 앞당겨지는 졸업식에 맞춰 화훼농가들이 미리 준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일이었는데 말이다.


화훼산업은 근래에 부침이 심했다. 이른바 ‘김영란 법’으로 부정청탁금지가 사회흐름이 되면서 화훼농가가 불황을 겪었다. 게다가 절화의 경우 ‘화환 재활용’ 문제로 꽃 소비부진이 두드러졌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불운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의 겨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꽃 소비촉진을 위한 긴급대책을 마련해야 시장혼란과 농가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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