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하면 농산물 96.3% 관세철폐… 가격 폭락 이어져

농업계 ‘결사반대’ 속 수출기대 기업간 입장차 극명


태평양에 인접한 11개 국가들의 메가톤급 자유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구랍 30일 새벽 0시를 기점으로 발효했다. 당초 지난해 가입여부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겠다는 우리 정부는, 국내 산업분야 업종간에 극과극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점과, 회원국들의 가입조건 규정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판단을 미루고 있다.

농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해당부처의 실무 관계자들은 “CPTPP 회원국들은 일단 협정 발효만 발표했을 뿐, 추가로 가입하는 국가들을 어떤 조건에서 받아들일지 규정을 만들지 않은 상태”라며 “국내적으로 각 산업분야별로 회의를 통해 의견수렴을 마무리했고, 국제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향후 더 많은 국가가 가입하고 영향력이 커질 경우를 대비해 가입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기계산업, 석유화학, 자동차산업, 무역협회 등은 일부를 양허받는 조건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유로 CPTPP 가입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CPTPP 가입 판단에 크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우리나라가 현시점에서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농식품 HS코드를 기준으로 따졌을 때 96.3%에 달하는 관세철폐율(자유화율)에 동참하게 되는, 사실상 농산물 완전개방에 가깝게 된다. 이미 농업분야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농업계는 농산물 공급과잉과 국내산 가격 지속 폭락 등이 충분히 예측되는 결과치를 놓고, 정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CPTPP는 WTO규정이나 FTA 규범 등보다 강화된, 일명 ‘선진 통상규범’을 협정문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상 이상의 농업피해가 예견된다는 지적이다. CPTPP 협정문에서 다뤄진 선진 통상규범에 따르면 CPTPP 회원국 간에는 수출농산물에 대한 보조금을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이 규제를 어기는 게 되는 것이다.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제한하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협정문에 국영기업은 주로 상업적 활동에 관여하고,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지배를 받고 있는 기업을 일컫는다. 이러한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제한하는 ‘공기업 우대금지’조항이 버티고 있다. 우리의 경우 농협중앙회, aT센터 등 사실상 농산물수출산업과 관련된 지원시스템이 차단되는 것을 얘기한다.


CPTPP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과의 농업무역 관계도 CPTPP에 대한 가입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연구자료 ‘농정포커스’를 통해, CPTPP 가입상황을 대비해 일본에 대한 농식품 양허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상당부분 상실된 상태이며, 일본의 고품질 과일과 축산물, 유제품 등의 수입이 증가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CPTPP 가입은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과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CPTPP 회원국들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농산물 품목은 쇠고기?돼지고기, 유제품 등 축산물과 보리, 포도, 키위, 커피 등 순수 농산물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수출시장은 일본과 베트남 호주 순으로, 담배, 라면, 혼합조제식료품, 기타곡물발효주, 설탕과자 등 가공식품이 대부분이다. 일부는 원료를 수입해서 가공 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농업무역에는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것.


이외에도 유전자조작농산물(GMO)에 대한 규제완화 장치, 수입국의 이행의무를 강화한 동식물검역(SPS), 상품의 완전생산을 인정하는 범위가 넓은 원산지 규정, FTA보다 완화된 지리적표시 등을 모두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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