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자주 과음한다면 ‘알코올성 치매’ 의심해봐야

평소 자주 과음을 하던 60대 김 모 씨는 사소한 것들을 잊어버리는 일들이 잦아지자 신경과에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하였습니다. 뇌를 단층 촬영해봤더니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음과 폭음, 습관성 음주는 알코올성 치매의 주원인입니다. 알코올은 뇌와 신경계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비타민B1의 흡수와 섭취를 방해하여 티아민 결핍증과 알코올 자체의 신경독성으로 인해 뇌세포 손상을 일으켜 뇌 위축을 유발합니다. 이렇게 뇌가 파괴되어 가면서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지게 됩니다.


술을 마신 후 다음 날 기억이 나지 않는 증상을 두고 흔히 “필름이 끊겼다”라고 표현합니다. 알코올에 의한 신경학적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이 필름처럼 사라지는 ‘블랙아웃’ 현상입니다. 이는 알코올의 혈중농도가 ‘해마’관련 기억회로에 일시적 장애를 일으켜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 같은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보면 블랙아웃이 반복되며 장기적인 손상을 불러와 해마를 포함한 뇌 전반으로 문제가 확대됩니다.


지속적인 알코올의 섭취는 뇌조직의 손실로 인해 전반적 뇌 위축을 일으키게 되고, 급성 및 만성적 치매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급성기 안구운동장애, 보행장애, 의식장애 상태를 유발하는 *‘베르니케뇌증’과 소뇌 중심의 위축으로 인해 균형 및 보행장애가 생기는 알코올성 ‘소뇌변성’ 등이 있습니다. 또한 기억력 담당 부위인 전두엽의 손상을 유발하여 심한 성격변화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에 의한 기억 상실은 단순 건망증과 차별화됩니다. 건망증은 뇌에 기억이 저장되나 이를 출력시키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증상입니다. 반면 알코올성 치매는 기억을 저장시킬 수 없는 마비 상태에서 이루어진 증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건망증이 지속되어도 치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된다면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흔하게 나타나는 술 버릇으로 치부하지 말고 심각성을 인지한 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알코올성 치매의 경우 평소 음주습관만 고쳐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해 인식 개선과 조기 치료가 중요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퇴행성 치매(알츠하이머)와 달리 알코올성 치매는 단주를 통해 악화를 멈출 수 있습니다.


한 번 손상된 뇌세포는 되살릴 수 없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극복이 가능한 질환입니다. 치매라는 사실에 두려워하거나 나이가 많다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치료를 받고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대비하길 바랍니다.

 

*베르니케뇌증: 비타민B1(사이아민)의 결핍으로 생기는 특수한 뇌장애. 만성 음주자에게 많은데, 음주와 상관없이 생기는 수도 있다. 증상은 의식 장애, 안근마비, 안구 진동, 소뇌성 운동실조 등이고, 급성으로 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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