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쌀값이 많이 올랐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쌀값이 비싸다고, 소비자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정부의 쌀값정책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연일 호들갑이다. 불과 1년 전만해도 80kg 한 가마에 15만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으니 19만원을 넘어선 쌀값이 비싸다고 느껴질만 하다.


최근 몇 년간 쌀값을 돌아보면 대체로 15~17만원 수준을 유지했다. 가격이 올랐다고 해봐야 17만원 중반 이었다. 그런대로 괜찮았다는 20년전 쌀값도 역시 17만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다. 역시 비싸다 생각할만 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여다보자. 지난 12월 25일 기준으로 산지 쌀값은 19만3,172원으로 조사됐다. 조사기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20년전 1999년 가격은 17만6,300원 정도였다. 대략 1만7천원(0.9%) 정도 오른 가격이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62% 수준을 기록, 20년간 쌀값 상승률은 불과 16~17%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소비자들은 쌀값이 비싸서 가정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관련 한 민간연구소가 최근 서울 강남과 강서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가 눈에 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쌀값이 비싸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전 15만원 수준에서 19만원을 훌쩍 넘긴 가격에서 오는 체감도 큰 탓이다.

또 ‘쌀값 폭등’이라는 자극적인 언론보도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에 비해 가정경제와 비교해 쌀값이 부담되는가에 대한 응답은 의외였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48%, 부담스럽지 않다는 응답이 35.7%인데 비해 부담스럽다는 소비자는 15.4%에 불과했다.


조사결과 대부분 소비자들은 지금 쌀값이 비싸지긴 했지만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물론 서울지역 소비자가 모든 지역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여타의 물가에 비교하면 큰 부담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정경제 규모나 물가에 대한 지불능력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평가도 가능한 것이다. 오히려 쌀의 품종이나 품질에 대한 기호와 수요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조사결과도 함께 나온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농업인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농업인 입장에선 그래도 쌀값이 아쉽겠지만 소비자에겐 부담일 것이니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쌀값이 꾸준히 오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와 언론은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를 되짚어보길 바란다. 지금 쌀값이 대통령이 말하는 그 수준으로 보는게 타당하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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