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마을 해남에서 흑돼지 전도사 자처

 

“그저 그런 돼지는 많지만 흑돼지는 특별합니다. 기존 돼지고기와 차별화를 꽤할 수 있는데다 지역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금 돼지띠 해에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땅끝 마을로 유명한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흑돼지 사육에 뛰어들어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는 농촌지도자해남군연합회 윤재홍 회장. 윤 회장은 본래 한우 사육을 천직으로 알고 한우와 깊은 연을 맺어왔지만 지난 2014년 뜻하지 않게 소결핵이 발생해 자식과도 같은 한우 100여 마리를 살처분 하는 아픔을 겪었다.


오로시 한우밖에 몰랐던 윤 회장은 하루아침에 100여마리의 소를 잃고 망연자실해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던 그에 인생에 새로운 동기가 생겼으니, 그런 바로 우연하게 접한 흑돼지이다.


흑돼지를 처음 접한 순간 그는 새로운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됐다고. 소를 잃은 그해 그는 그길로 제주도까지 직접 찾아가 흑돼지를 구입해와 텅빈 한우 사육장을 채워나갔다.

 

윤 회장이 사육중인 흑돼지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막아주고 혈액 순환의 도움을 줘 뇌 질환의 확률을 낮추고 단백질과 비타민A 콜라겐이 다량 함유돼 있어 탄력 있는 피부와 카드뮴, 납 등 중금속을 몸 밖으로 빼내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한번 맛본 소비자들은 흑돼지만을 찾게 된다고. 인근 식당에서도 꾸준한 납품을 요청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본격적인 산업화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도축이 큰 문제다. 현재 200여두의 돼지를 사육 중이지만 도축 여건이 열악해 흑돼지 몇 마리 잡자고 도축장이 소재한 전남 나주까지 왕복 150km를 오가야 하는 불편함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사육규모를 확대하고 싶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사육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규모화로 전환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윤 회장은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꼬인 매듭을 풀어나갈 계획이다. 윤 회장은 “급하다고 서두르다보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차분하고 슬기롭게 현안을 해결해 나갈 방침”이라며 “이미 흑돼지의 상품성은 충분히 입증되었기에 때를 기다리며 흑돼지의 품질 관리에 세심한 관심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윤 회장이 사육중인 흑돼지는 밀식사육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고 최대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방목 사육하고 있다. 6백평 규모의 축사는 잠자고 휴식하는 공간에 불과하며 1,500평의 마당은 돼지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운동장인 셈이다. 동물복지를 염두에 두고 소비자에게 최고 품질의 흑돼지 고기를 선보이겠다는 윤 회장의 소신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윤 회장은 “따지고 보면 황금 돼지띠인 올해가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현안이 많아 가장 힘든 한해가 될 수도 있지만 슬기롭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흑돼지 산업화를 꽤하는데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며 “단순히 이윤을 목적으로 두고 행보를 지속하기 보다는 올 한해 흑돼지를 해남군을 대표하는 특화사업으로 성장시키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업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