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계란’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당장 내년 2월까지 계란에 산란일자 표기를, 4월까지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완료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소비자에게 ‘건강한 계란 공급’ 명분만 앞세우고 농가와 유통인들의 요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모양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가와 유통인들은 졸지에 설자리를 잃고 천막농성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부가 요구하는 계란안전성 대책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취약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계란에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국가는 없다. 이는 산란일자표기가 결국 소비 악순환을 초래해 소비자, 농가, 유통인 등 어느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날짜만 선호하는 소비자, 날짜가 지난 계란은 폐기를 해야 하고 농가와 유통인들은 소량의 계란만 판매할 수밖에 없어 경영압박으로 이어지고 결국 판매되는 계란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인해 소비자들까지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야기된다면 국내 계란산업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 이 때문에 ‘산란일자 표기는 절대 안된다’고 관련 종사자들이 집회를 개최하고 2주가 넘도록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내년 4월까지 시설을 마쳐야 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도 문제다. 대부분이 영세한 농가나 유통인들이 이 제도를 따르기 위해서는 토지를 보유한 경우 최소 4~5억원이, 토지를 보유하지 못한 경우 최소 2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 이 막대한 비용 투자를 정부의 지원없이 오직 농가나 유통인들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으로, 과연 이번 대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하고 계란산업을 위한 계란산업 안전성 강화 대책이라면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대책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고 지원은 ‘나몰라라’하는 대책으로는 현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당근과 채찍의 적절한 조하는 모두 사람을 움직이는데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칭찬이나 징계가 필요한 시기에 적당한 방법으로 잘 배합돼 주어졌을 때 바람직한 상승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당근이 옳으냐? 채찍이 옳으냐? 하는 것은 소모적이고 쓸데없는 논쟁일 뿐이지만 계속되는 당근은 근시안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을, 계속되는 채찍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을 만들어 내기 쉽다.


지금 계란산업은 일방적인 채찍만 이어지고 있다. 당근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묵살되고 어느 곳에서도 귀담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12월 23일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양계농가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문을 부셨겠는가. 이로 인해 정부는 정문을 부순 이를 색출해 사법처리하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


양계농가나 유통인들이 왜 반발하고 새로운 대안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이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주장으로는 더 이상 산업 종자자들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수없이 많은 당근과 채찍이 주어지고 있다. 농가나 유통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긍정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자신있게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는 당근이 절실하다. 천막농성이 2주가 넘도록 지속되고 있지만 이렇다할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지금의 계란산업은 ‘채찍과 당근’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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