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재무적투자자로 접근...개설자 승인 ‘우려’

농업인·출하자, 재투자 없는 투기자본에 직감적 반감

올해 초부터 떠돌던 가락시장 대아청과의 매각설이 NH투자증권의 펀드 출자 불가 결정으로 잠잠해진 가운데 구리시장 구리청과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 전문언론인 더벨의 보도에 따르면 대아청과의 인수를 추진했던 곳은 와이어드파트너스이다. 과거 동부팜청과를 인수한 바 있는 칸서스파트너스의 핵심 인력들이 인수한 자산운용사로, 와이어드파트너스는 사실상 칸서스파트너스의 후신이다. 구리시장의 구리청과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는 KTB 사모펀드(PE) 출신의 대표가 독립해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회사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도매시장에 관심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거래 규모가 비교적 작고, 현금 유동성이 우수한 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아청과의 경우 500억원 수준, 구리청과의 경우 200억원 수준의 거래금액이 운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펀트출자자(LP)를 모집하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투자대상으로 도매시장법인을 꼽고 있다.


반면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도매시장법인 인수과정에서 가장 고민하는 점은 개설자의 승인 여부와 지정기간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칸서스파트너스의 동부팜청과 인수과정에서 서울시가 주주변경을 인정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칸서스파트너스는 행정소송을 거쳐 주주변경을 인정받았지만, 사모펀드가 도매시장법인의 대주주가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도매시장 안팎의 반감이 거셌다. 지금도 출하자와 농업인단체 등은 농업과 관련없는 투기적 자본이 도매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도매시장에 대한 투자 없이 단물만 빨고 빠져나가려는 행태에 대한 직감적 거부이다.


특히 당시 칸서스파트너스는 출하자와 농업인들의 반감을 무마시키기 위해 비전(△전문 경영진 체제 유지 및 고용승계 △최소 5년 이상의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및 운영 △농식품부 및 전문기관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임 △농협과의 전략적 제휴 △정부 및 개설자 협조 △무배당 원칙 및 배당시 업계 평균유지 △출하자와 중도매인과의 상생발전 △임직원의 성과보상체계 강화 △농산물 유통 전문가 양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염불 이었다. 칸서스파트너스가 동부팜청과 인수 후 매각까지 걸린 시간은 1년여에 불과했다. 그 동안 칸서스파트너스는 행정소송 진행과 동화청과(구 동부팜청과)로 법인명을 바꿔 자사의 최대주주였던 한일시멘트의 자회사 서울랜드에 매각했다. 이것이 도매시장에 남아있는 사모펀드의 잔상이다.


사모펀드 운영사 관계자는 “인수가 추진되면 도매시장 개설자 뿐만 아니라 출하자, 농업인단체 등이 우려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면서 “해당 도매시장법인의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무적투자자(FI)로 접근할 뿐이며, 경영권 관여 등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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