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기술지원과 농촌지도사

 

콩은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돼 왔다. 문헌에도 다양한 흔적이 남아 있다. 콩을 의미하는 한자는‘두(豆)’다. 콩두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은 은나라 유적지에서 발견된 갑골문에서다. 갑골에 처음 등장하는 ‘두’는 콩이 아니라 ‘제기(祭器)’를 의미한다. 제사 지낼 때 쓰는 그릇이다. 콩은 땅에서 얻는 중요한 단백질원이기에 제사 때 올리는 감사의 제물로 쓰였을 것이다.


또한 콩은 중국의 삼경인 「시경(詩經)」에 ‘숙(菽)’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한나라 무렵, 숙의 꼬투리가 나무로 만든 제기인 ‘두’와 비슷하다 하여 두가 되었다. 이와 같이 콩은 제사, 제물, 감사 의미와 중첩되어 ‘제기‘라는 뜻을 지닌 ‘두’에서 콩의 ‘두’로 뜻이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은 콩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였다. 「성호사설」에서 대두론을 보면, “콩(菽)은 오곡 중 하나인데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곡식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으로 주장을 삼는다면 콩의 힘이 가장 큰 것이며,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 콩뿐”이란 구절이 있다. 또한 이익은 72세 때 콩을 직접 재배하며 ‘삼두회(三豆會)’를 만들었다. ‘삼두회’는 콩으로 만든 3가지 즉 콩죽, 콩나물, 된장을 먹는 모임이다. 이처럼 콩은 문자나 역사적으로 봐도 중요한 작물이다.


 콩을 먹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문자가 사용되기 이전 한반도와 남만주에 살았던 동이족에 의해 처음 식용으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이제 콩은 전 세계인의 주요 식량이 되었다. 미국인을 위한 식사 지침을 보면 각종 대사질환과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 1일 25g이상 콩 단백질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특히 콩은 단백질 함량은 높을 뿐만 아니라 포화지방산은 낮다. 여기에 콜레스테롤은 거의 없는데다 비타민과 무기질 및 식이 섬유소까지 풍부한 완전식품에 가깝다. 또한 콩은 열량과 지방,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동물성 식품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식품이다.


이처럼 중요한 식량자원이자 웰빙식품인 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식용 콩 국내 소비량은 34만 3,000톤이다. 그러나 국내 생산량은 8만 6,000톤에 불과해 자급률은 2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콩은 자라면서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하여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또한 윤작으로 의한 연작 장해 개선은 물론이고 잡초와 토양 병해충 피해도 줄이는 친환경적 작물이다. 따라서 이모작 논 콩 재배 확대 및 주산지 중심으로 콩 재배 규모화와 기계화가 바람직하다.


농촌진흥청은 우리 콩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수확량은 많고 품질은 우수한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또한 농촌에서 콩 재배에 따른 기계화율은 62%로 미흡한 실정이다. 하지만 재배 전 과정 기계화 시범사업 지원과 기술보급을 통해 부족한 노동력 해결과 생산비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기후 온난화에 대응해 고온에 강한 품종 개발과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생산 재배기술 지원으로 콩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기관은 건강과 토양을 지키는 안정적인 콩 생산을 위해 기계화에 적합한 신품종·신기술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생산 농가 역시 소득과 자급률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우리 콩 재배와 생산 확대는 일거양득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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