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시설현대화...배보다 배꼽이 크다?

총사업비, 5,040억원→7,493억원...계속 늘어나

시설현대화 국고보조금 감축 ‘원인’...“2025년 폐지될 수도”


국회예산정책처, 가락시장 총사업비 관리 부실...“관리강화 필요”
기재부, 국고보조금 30% ‘감축’...지방시장 시설현대화 ‘빨간불’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미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감축’ 및 ‘사업변경’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 신청이 보류됐다. 또한 내년도 사업 신청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시행지침 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는 가락시장과 신규사업 신청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지방도매시장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녹지 조성 등...사업비 증액 필요”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도매권역 시설현대화 사업 차질없이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절차가 마무리 되는 대로 내년에 1공구 채소2동 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채소2동은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핵심인 2단계 도매권역의 첫 번째 사업이다. 예정대로라면 2017~2020년까지 사업비 786억원을 들여 설계·시공 및 입주가 완료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393억원이 증가한 1,179억원으로 총사업비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사업비 증가에 대해 “농수산물의 신선도 유지, 위생적인 거래, 효율적인 물류를 위한 정온설비와 저온창고의 대폭 확충”을 제일 먼저 강조했다. 그러나 사업비 증가의 가장 큰 이유는 건물 상부의 녹화사업과 건물 측면의 녹지조성 등에 따른 구조보강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시한 공사비 증가내역에 따르면 △구조보강 148억원 △법정경비 143억원 △물가상승 57억원 △정온시설 45억원 등이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비는 총 7,493억원(△1단계 2,795억원 △2단계 4,698원)이다. 최초 2005년 8월 예비타당성조사(기획예산처, KDI) 결과는 5,040억원이었다. 이후 2009년 건설기본계획 수정에 따라 6,600억원으로 증액됐고, 현재(7,493억원)에 이르고 있다.


도매권역 사업은 △채소2동(2017~2020) △채소1동 및 수산동(2020~2022) △과일동 및 환경동(2022~2024) △공동배송장(2024~2025) 순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1단계 사업과 채소2동의 진행과정을 감안할 때 사업비 증액 및 사업기간 연장 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채소2동 뿐만 아니라, 도매권역 전체 사업비 증가를 염두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KDI)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의 경우 통상적으로 6개월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다면 내년 2월 정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사업비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사업예산의 축소라는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사업비 증액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김경호 사장은 “서울시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KDI에 사업비 증액 필요성과 현대화사업의 기대효과를 적극 설명하여 필요한 사업비가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신속하게 도매권역 1공구 채소2동 설계 마무리 및 공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지방도매시장 “국고보조 줄면, 시설현대화 어려워”


최근 청주시 농민단체협의회는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청주시 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1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의 국고보조율 30%를 원래대로 시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열악한 지방재정으로 융자 70%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청주, 청원 통합당시의 특례지원법을 고려해 기존 지원비율을 유지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기획재정부의 ‘2016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가 제시한 “국고보조금 감축비율 30%”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반영할 경우 농안기금 융자비율이 ‘40% → 70%’로 늘어나기 때문에 개설자(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청주시의 사례는 도매시장 유통인이나 개설자만의 불만이 아니다. 도매시장 시설현대화에 대한 출하자 농업인의 요구이다. 이미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에 선정된 구리시와 안동시는 국고보조비율이 20%로 축소된 예산안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들은 재정이 열악한 지방도매시장 개설자에게 사실상 시설현대화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지방도매시장 관계자는 “지방도매시장의 열악한 환경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시설현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도매시장의 시설현대화 사업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원인은 관련 예산이 가락시장으로 편중됐기 때문”이라며 “가락몰에 투입된 2,800억원이면 지방도매시장 2곳의 시설현대화사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재부, 2016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에 대한 기재부 보고서의 평가는 냉정했다. 보고서는 “(시설현대화)사업의 효과성과 추진주체의 책임성 제고를 위해 국고지원 축소 및 융자지원 방식으로 전환을 검토하라”면서 “사업내용 및 추진방식의 전면적 개편(2025년 폐지)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고보조금을 3년내 30%로 감축하고, 현행 계속지원대상 사업의 종료에 집중하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가락시장 내에서는 시설현대화 총사업비가 1조원 이상이 될 것이며, 사업기간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인식이 당연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2012년 변경계획에서 최초 1조1,196억원이 제시됐다. 이에 부가세와 유형별 공사비 등을 반영해 1조2,069억원의 총사업비 재검토 결과를 내놨다. 사업기간도 늘었다. 2025년까지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보다 7년이 연장됐다. 그러자 늘어난 총사업비로 인해 예비타당성 재검증(총사업비 20% 이상 증가시 기재부 재검증)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피하기 위한 연구용역(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계획 변경 타당성 검토_국토연구원)이 다시 시행됐다. 그 결과 △중도매인 관련 면적 축소 △저온창고 및 식품종합상가 민자유치 등으로 총사업비를 1조905억원으로 재추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정부와 도매권역 시설현대화 사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국회의 예·결산 심사 과정과 관려부처의 예산수립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보고서에서 ‘총사업비 관리 강화’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시사점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기재부 평가의 단초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의 총사업비 관리 강화’(2014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_농림축산식품부)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당초 총사업비 5,040억원 규모로 2016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16차례에 걸친 변경을 거쳐 총사업비즌 7,016억원으로 1.4배 증가하고 사업기간도 2018년까지 2년 연장되었다”면서 “총사업비 관리제도의 목적이 사업 추진과정에서 총사업비의 과다한 증가를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투자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할 때, 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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