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박부용 박사

 

‘힘든 농작업 이젠 드론이 척척’
최근 보도된 농업용 드론 관련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농업용 드론 관련 기사의 대다수가 위와 비슷하게 희망적인 제목을 뽑을 정도로 농업계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드론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래서인지 드론과 관련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곳곳에는 드론 조종자격증 안내와 드론 농작업 대행 관련 플래카드가 걸리고 있다. 관련 부처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농업에 드론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쯤 되면 드론은 국내 농기계 부문에서 과거 트랙터 이후 가장 뜨거운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호(戶)당 경지면적이 1.55ha 수준으로 소농 위주의 구조이지만, 2ha 이상 대농도 약 12%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농은 대부분 논농사를 주로 하며 밭이나 과원 면적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 이 같은 차이점은 노동력 때문이다. 경지 정리가 잘 되어있고 거의 모든 과정이 기계화된 논농사는 점차 규모화 되는 추세지만 상대적으로 조건이 불리한 지역에 위치하고 지면 고도가 균일하지 않은 밭과 과원은 기계화가 어려워 규모화가 이뤄지기 힘들다.


드론의 장점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영농에 있어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작업은 파종·정식, 거름주기, 병해충 방제, 수확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현장에서는 방제작업을 가장 힘들고 까다로운 작업으로 꼽는다. 무더운 여름철 온 몸을 덮는 방제복을 입고 무거운 방제기로 농약을 치는 작업은 날로 고령화되는 농업인들에겐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러나 드론을 이용하면 1ha 기준 성인 2명이 온종일 해야 할 방제작업도 10~15분 정도면 끝낼 수 있다. 이처럼 농업용 드론을 이용한 방제는 신속하고 균일하게 방제 약제가 살포되는 장점이 있어 농업인에겐 효자가 아닐 수 없다. 매년 드론을 이용한 병해충 방제 면적은 증가하고 있으며, 농협이나 지자체에서 위탁 또는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아져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농업용 드론의 양적 성장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질적 성장은 아직 더딘 수준이다. 현재 드론 방제의 대부분은 전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대신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농업과 농약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먼저 방제 대상 작물별로 무인항공용 약제로 등록된 농약을 써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인지하지 않은 채 작업하는 경우가 있다. 농약관리법에는 대상 작물, 병해충, 살포 방법에 따라 사용 가능한 농약을 하나씩 등록하고 지침서에 명시하고 있는데, 같은 약제라도 일반적으로 쓰는 약제와 무인항공방제용 약제가 다르다. 따라서 등록되지 않은 약제를 살포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PLS (Positive List System,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체제하에서는 등록 약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농산물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인근에 무농약 또는 친환경인증 농장이 있는 경우, 드론으로 뿌린 약제가 의도치 않게 바람을 타고 날아가 오염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기존 무인헬기용 전용약제를 드론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드론용 약제 등록 확대를 위한 실증실험의 추진, 등록시험 기준과 방법 마련 등이 이뤄진다면 당면한 문제들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문 방제인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방제약제의 적절한 사용과 PLS 대응을 위해서라도 내외부 전문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농진청에서는 실증실험, 등록약제 확대뿐 아니라 관련 교육 및 홍보에 이르기까지 문제의 소지를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농촌진흥기관과 현장의 농업인, 관련 업계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농업용 드론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도 이뤄져야 균형 잡힌 발전이 가능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는 줄어들 것이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말인데,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일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농업용 드론 방제도 마찬가지다. 농업용 드론 방제의 내실화가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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